"이유(理由)가 뭘까?"
이런 질문의 물음에는 두 가지 뜻을 상정(想定)해 볼 수가 있다.
첫째는 "이유(理由)"라는 단어의 뜻(두뇌 속 意識)이 무엇이냐는 물음이다.
두뇌 속에 "이유(理由)"라는 이름과 연결된 정보인 "식(識 = 色聲香味觸語)과 그에 부가된 평판(제7意)"을 모르니 표현해 달라는.
단적으로, 이유라는 "말의 뜻"이 무언지 몰라서 묻느다는 뜻 이다.
둘째는 결과(果)를 발생시킨 조건(緣)의 원인(因)이 어떤 마음(心理)이냐는 물음이다.
"말미암은(由) 마음(心理)"이, 중국어식 단어 이유(理由)를 우리 말로 번역한 것 이다.
이 뜻 에는 이유라는 단어의 뜻은 이미 알고 있건 말건, 알고 있는 것 으로 전제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답을 예시해 놓고 검토해 보자.
"떨리는 목소리로 이젠 끝내자는 말" (태진아가 부른 [이유가 뭘까]의 한 구절이다)을 듣고,
"그 말을 하는(혹은 그 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뭔가?" 하고 묻는다.
"이젠 끝내고싶으니까", "이젠 만나고싶지 않아서"라고 대답하면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
그런 식의 대답으로는 "그 이유가 무언데?" 하는 질문이 , 묻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그치지 않고 연속된다.
누군가를 만나기로, 또는 만나지 않기로 하는 선택적 결정(果)에는 반드시 조건(緣)을 삼는 마음(心理)이 원인(因)으로 있다.
예컨대, "돈 100만원이 필요하다, 빌려 줄 사람을 만나면 좋겠다"는 마음(心理)이 있는데, 어떤 사람을 반났을 때 "저 사람이면
가능하겠는데..."하는 말로 구성된 가상(假想)이 형성되었다가, 몇번을 만났지만 "가망이 없다"고 여겨져서(조건, 緣), "이제 그만 끝내자"하는 결과(果)를 만든 것 이다.
정리하자면,
만나지 않기라는 결과(果)는,
몇번 만나도 원하는 마음(心理 =원인= 因)에 맞지 않는 상대방의 태도(조건 = 緣)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심리적 산물(?)이다.
물리적인 만남과 헤어짐은 "만남"이라고도 "헤어짐"이라고도 하지 않는다.
번잡한 시장에서 온갖 사람들과 물리적으로 만나고 멀어지지만 그걸 만남이니, 헤어짐이니 하지는 않는다.
그 중에서 누군가를 의식적으로 알고 있어야 "그와 만나고 헤어졌다" 하는 것 이다.
고로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 어떤 "만남"도 "헤어짐"도 모두가 심리적 산물이다.(적어도 "만남"이니 "헤어짐"이니 하는 말은 의식적 소산이니까)
이상 이유(理由)의 뜻과, 이유가 적용된 조건은 그 소재(所在) 부터가 다르다.
이유는 자기 두뇌 속에 있고, 조건(정확히는 條件附 대상)은 자기 두뇌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유를 물으면, 이유의 뜻를 몰라선지 제 마음속 이유를 말 하지 않고, 그게 반영된 욋적인 조건을 이유라고 혼동하여 말 한다.
그래서, 자꾸 자꾸 이유를 묻게 되는 것 이다.
그건 이유가 아니야,
이유가 안 된다.
그런 이유는 없어....등등으로.
예컨대, "월급300만원이 적다"고 하는 사람에게,
"왜(어떤 이유로) 적다고 하는데?" 하고 물으면, 제 "마음속 기준(예:400만원은 되어야)에 비하여 그렇다" 하면 이유이지만,
적으니까 적다하지, 많지 않으니까 적지, 적으면 적은거지 적은데 무슨 이유가 있어....하는 식으로는 이유의 제시가 없다.
이유를 알고 난 다음이라야 그 이유에 관하여 평가, 특히 목적적 평가를 시도할 수가 있다.
그런 이유를 가질 필요가 무엇인가, 필요가 있기는 한가 하는 것이 목적적인 물음이고, 그 대답이 목적적인 평가이다.
사람들은 모두가 이유있는 행위만을 한다.
행위의 위(爲) 부분이 이유(心理)에 해당되고, 행(行)이 그 이유를 지향하는 움직임이다.
고로, 이유없는 행위는 -외형상 움직임이라도 바람에 날리는 낙엽과 다를 바 없으므로- 사람의 행위가 아니다.
단지, 그 이유가 두뇌 속에 있고, 그 대부분이 수면(?) 이하에 잠겨(잠재의식으로) 있기 때문에 그(정신) 자신도
정확히는 고사하고 알지도 못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이유도 없는 듯, 이유가 아닌 듯한 무조건(이유는 有條件)적인 일을 하는(行) 것 처럼 하는 일이 어쩌면 대부분이다.
그래서 남을 향해서 "너 왜(무슨 이유로) 그리 했는데?", "너 왜(어떤 이유로) 그리 생각했는데?" 하고 묻는 일이 적지 않고,
자기(두뇌속 의식계)를 향해서 "내가(내 마음이) 왜 이럴까?", "내가 왜 그랬을까?", "내가 왜 그래야만 했을까?" 의문을 던지는 일도
적지 않다.
이유를 알아도, 그 이유가 자기의 삶에 도움이 되는지, 장애나 해로움이 되는지를 판별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유도 모르는채로 마치 무조건(이유없이)적으로 살아가려니 그 개인은 물론이고 주변에 까지 어떤 영향이 끼칠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