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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迷痴)면 저(自) 있음을 모른다.

나 아닌 내 2022. 4. 8. 20:25

무언가를 앎은, 아는 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 몸 앞에 서 있는 저 사람을 아는 것은, 내가 이 몸을 이 자리에 두고 아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는가?

 

저 사람이 아무리 여기에 있는들,

내가 이 몸을 움직여서 딴 곳 으로 가거나,

내가 눈을 감거나 딴 것 에게로 시선을 돌리거나,

내가 -그 사람을 앞에 둔 채로- 홍길동 상념에 골돌히 잠기거나 한다면 내가 저 사람을 알게 되는가?

 

내가 저 사람을 아는 것 보다 먼저 내 자신의 본분이 중차대 하다. 

내 주인인 [자기의 인생을 안전, 건강, 순탄, 조화롭게 효율적으로 운전할 명령(생명과 운명) 이행이

내 본분이다.

 

모든 아는 일의 본원이 내 본분이므로, 본분을 기준으로 모든 앎을 수행해야 마땅하다.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는 내 본분에 적용하기 전에는 아무 평가도, 판단도, 선택도, 결정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쓸(用)데(所) 없는 앎에 빠져서 헤매(迷)면서도 그게 어리석음(痴)의 소치임을 모른다.  

 

예컨대, 누군가의 어떤 말인지 소리인지를 제 본분에 비추어서 확인해 보지도 않고 번개처럼 솟구치는 노기어린 반응에

맹신, 맹종하여 미치(迷痴)면, 스스로 미치인줄 모르니 무엇이, 그를 말리거나 다스리거나 가르치리오. 

 

그는 이런 소리를 낸다.

"누가 별일 아니니, 백해무익이니 등등 뭐라고 해도 나는 죽는 날 까지 그를 미워할 것 이다"라고,

남이 "내로선 남이 미워하라고 아무리 유혹해도 그 정도로 미워하다니, 어림 반푼도 없다"고 한들......

 

인생 왜 사니? 하거나 말거나,

네 본분이 과연 그런 일이 맞다고 보느냐" 묻거나, 따지거나 말거나,

그는 자신이 미치어 있음을 모르니......

 

하기사 미치인 줄 알면 미치인 게 아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