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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님, 미운 놈이 어디에 있는, 무엇이고, 누구인가?

나 아닌 내 2019. 10. 30. 19:38

시골 정자에서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자네가 그리워 하는 고운님이 있는가?"하는 물음에,

"아암, 있고 말고, 어디에 살고 있는 이러 저러한 아무개 그 사람이지..." 하고 대답한다.


또, "자네가 혐오하는 미운 놈이 있는가? 하는 물음에도, 

"아암, 있고 말고, 어디에 살고 있는 이러 저러한 아무개 그 놈이지..."라고 대답한다.


"자네가 알고 있는 그 사람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 ?"

"그 님은 어디에, 그 놈은 어디에 있겠지"

"여기선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데 어떻게 거기에 있다고 아는가?

"그렇게 알고 있으니까"

"무슨 근거로?"

"그렇게 기억되어 있으니까"

"그 기억이 어디에 있는데?"

"내 마음속에 있지"

"마음이 어디에 있는 무엇인데?"

"마음이 마음이지...."


대답하는 그 사람(정확히는, 그 사람의 정신)은, 고운 님, 미운 놈을 너무나 잘 안다고 알고 있다.

눈으로는 보지도 못 하면서 이리 저리 생겼다고 알고, 귀로는 듣지도 못 하면서 이런 저런 소리를 했다고 알고, 피부로 접촉도 못하면서

손길이 어쩌구 저쩌구 안다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을 보고서 아는가, 보지 않고서 아는가?

여기서 우리는 [사람]과 "사람"을 구별해 볼 필요가 있다.

두뇌 바깥에 있는, 두뇌를 포함하는 몸 전체를 [사람]이라 하고, 두뇌 속에 형성되어 있는 [사람]에 관한 정보(識)와 평판(意)을 합친 의식(意識)을 "사람"이라 하여 구별하고자 한다.


[사람]은 눈으로만 볼 수가 있지만, "사람"은 눈으로는 볼 수가 없고, 오히려 눈을 감아야 잘 볼 수가 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대화에 등장하는 "고운 님"과 "미운 놈"은 두뇌속 "사람"이지, 실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쉽게 간파되리라.

[사람]은 어딘가에 살고 있어도, 내가 아는 "사람"은 자기의 두뇌속 의식계(마음통?)에만 있다.


자, 그렇다면, 자기 두뇌 속에 있는 "고운 님", "미운 놈"이 자기의 일부인가, 남 인가?

남인 [사람]이 만들어 준, 줄 수 있는 것인가, 오직 자기만이 만들어서 가질 수 있을 뿐인가?

두뇌 속에 "고운 놈"을 만들어 놓고서 즐겁건, 괴롭건 자업자득이고,

두뇌 속에 "미운 놈"을 만들어 놓고서 괴롭건, 죽을지경이건 자업자득 아니고 무언가?


남이 이 사람의 두뇌 속에 저 라는 [사람]에 관하여  "고운 님"으로 만들어 주어서 내가 기쁘게 해 줄 수 있는가?

나는 그리 할 수 없는데?


남이 이 사람의 두뇌 속에 저 라는 [사람]에 관하여 "미운 놈"으로 만들어 주어서 내가 괴로워 죽겠금 해 줄 수 있는가?

나는 아무리 그리 하고 싶어도 못 하는데?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그 정신)이 "남이, 남 때문에 내 두뇌 속에 그런(고운 님, 미운 놈) "사람(意識)"이 들어(와?) 있게 되었다고

알고(誤認, 盲信) 있으니, 남이 가져 가거나 없이 해 주지 않으면 속수무책인 것 처럼이 되지 않을 수 없지.

자기 자신의 평안을 위해서 잠깐만 자각하고 진지하게 성찰하면 알기 쉬울텐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