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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 받기, 너무나 쉬우면서 불가능하다.

나 아닌 내 2020. 2. 9. 11:17

주기, 받기가 "아주 쉽다"는 사랍도 있고, "너무나 어렵다, 불가능하다"는 사람도 있다. 

결론부터 말 하자면 두 가지 다 맞는 말 이다.


그런데 "서로 상반되는, 모순적인 주장을 다 맞다고 하다니" 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그 또한 틀린 말이 아니다.


"주기", "받기"가 무슨 말 인가?

1. 객관적, 사실적, 서술어(述語)인가?

2. 주관적, 심리적, 의미어(意語), 즉 마음인가?


위의 물음에 답하려면, 두뇌 외부에서 "주기", "받기"라 할만 한 것을 발견할 수 있느냐 여하를 확인하면 된다.

발견되면 1 (사실적 술어)이라 할 수 있고, 발견할 수 없으면 2 (상대적인 의미어)라 할 수 밖에 없다.

자, 두뇌 외부에서 "주기", "받기"라 할만 한 것을 발견했다거던 과연 그런 사실이 맞는지 확인해 보시라.


예컨대, 갑이 주머니에서 돈 만원을 깨내어 을의 손 바닥 위에 얹어 놓는 모습(위의 1 해당)은 볼 수가 있지만,

갑이 을 에게 돈을 "주는" 모습도, 을이 갑으로 부터 돈을 "받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위의 2 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사람의 일을 행위(行爲)라 할 때, 앞의 행(行)이 위의 1(욋적인 일) 에 해당되고, 뒤의 위(爲)가 위의 2 (마음)에 해당된다. 


이를 제대로 정확히 이해하지 못 하면 온갖 동일시에 빠지게 된다.

두뇌 바깥에서의 객관적, 육체적, 사실적인 일(行)과 두뇌 속에서의 주관적, 심리적, 의미적인 일(爲)이 서로 다른데도,

1. 그 둘이 연결되어 하나의 행위인 것 처럼,

2, 그 둘이 연결되어 하나의 욋적인 행위(사실)인 것 처럼,

3, 그 결과 두뇌 속의 일(意, 마음작용)은 경시 내지는 무시되는 일이 발생한다.


그래서 "주고", "받고"를 놓고 다음과 같은 시비(是非 =이다, 아니다로 대립)가 발생한다.

나는 너 에게 믿음과 사랑을 주었다(갑), 나는 너 에게서 그런 것 받은 적이 없다(을)

나는 너에게 마음을 다 주었다(갑), 나는 너 에게서 어떤 마음도 받은 게 없다(을) 

마음만 받을게(갑), 그럴 수(마음만 줄 수) 없다.(을).


오랜 연인 사이나 부부 사이에서 "사랑"을 "주고" "받음"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경우가 있다.

다툼이니, 당연히 각 자의 주장이 정반대로 얽혀있기 때문인데, 왜 그 런 일이 발생할까?

결론부터 말 하자면 "사랑"도 "사랑 아님"도 상대적인 마음(意)이고, "주고 (받고)"도 상대적인 마음(意)으로 각 자의 두뇌 속에

있을 뿐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할 수가 없고, 오직 각자의 두뇌 속 마음(意) 그대로 생주이멸(生住異滅)할 뿐이기 때문이다.


갑이 "사랑"이라 하는 것을 을도 "사랑"이라 하면 "사랑"의 뜻(識)이 같고,

그 같은 뜻의 사랑(識)에 갑도 을도 같은 "좋아"(好意)를 붙이고 있으면 마음이 같다.

마음이 같은(주관) 상대의 행동(객관)을 주고니 받고니 하는 평판 또한 마음이지 욋적인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상대가 무엇을 하건 하지 않건, 내 두뇌 속에 (예컨대, 보이지 않는 마음을, 상처를) "받았다"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고,

"그는 주지않았다", "나는 받은 게 없다"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마음을 내(정신) 스스로(自) 주도하여 만들기, 고치기, 바꾸기, 버리기도 전적으로 자유롭다.

"절대로, 전적으로 자유롭지 않다"고 고집할 자유도 포함하여.


예컨대, 배우자가  "지극 정성을 다 바쳐서 상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냇적인 爲)으로 온갖 일을 하여(욋적인 行)도,

상대가 "그건 전혀 사랑이 아니야, 그러니 나는 사랑 받은게 없어" 하는 마음일 수가 있는 반면에,

소위 너무 무성의, 무자비하다 할 정도의 상대를 "그건 다 사랑하기 때문이야, 나는 많은 사랑받고 있어" 하는 마음일 수도 있다.


이상으로, 두뇌 외부에서는 -준다, 받는다는 마음없이는- 그 무엇도 주고 받기가 불가능 하다는 것,

두뇌 속에서는 의식적 구조물인 나와 상대끼리 주고 받기가 너무나 쉽게 가능하다는 것,

고로, 이 두가지를 정확히 구별하여 혼동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적절히 활용하는 능력을 발휘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