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憎惡心)과의 결별, 불가능하면서 너무나 쉽다.
가능과 불가능은 상반되는, 모순적인 단어이다.
가능하면 불가능하지 않고, 불가능하면 가능하지 않다.
쉽다, 어렵다는 말은 가능함을 전제로 한다.
불가능하면 어렵다는 말은 물론이고 쉬다는 말은 할 수 없다.
자, 그렇다면 "불가능 하면서 가능하다(너무나 쉽다)"는 제목의 뜻은 모순적인가?
그렇다, 모순적이다.
그렇다면, 왜 그와 같은 모순적인 제목을 걸었는가?
내(정신) 착각(錯覺)과 오해(混同)를 밝히고자 함 이다.
"너무나, 너무나 미운(憎惡意) 그 인간(識)"을 내가(이 사람의 정신이) 안다.
내가 이 사람의 두뇌 속에 있으니, "미운(意) 그 인간(識)"도 이 몸의 두뇌 속에 기억(意識)으로 있을 뿐 이다.
그 기억의 근거인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어떻게 살아 있건, 죽고 없건 상관이 없는 기억이다.
그 사람이 이 몸의 두뇌 속에 그런 기억(그 중에서도 특히 미워하는 마음인 惡意)을 만들어 준 것도 아니고,
그 사람 때문에 그런 기억이 만들어 진 것도 아니다.(바로 이 점을 모든 사람들이 오해에 빠진다)
그 것이 오해임을 확인하기는 너무나 쉽다.
내가 남 에게 "이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을 만들어 줄 수" 있는가, 없다는 건 자명하다.
내가 남에게 그런 마음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만들어 준 마음을 고치거나, 바꾸거나, 없게 해 줄 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가,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자명하다.
사람들, 그 정신의 우매가 너무나 심하지 않는가?
내가, 내 마음대로 남의 두뇌 속에 자기 자신(이 사람)에 관하여 좋은 마음만 있게 해 주고, 나쁜 마음은 없게
해 줄 수가 없다는 건 확인할 줄도 모르고,
남은 이 몸에다, 제 마음대로의 마음을 만들어도 주고, 풀어도 줄 수 있는 것 처럼 확인도 없이 맹신하니까.
자, 여기서 "미워하는 마음(그 기억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나)"과 지금 그걸 보고 아는 내(정신)는
1. 각각인 둘 인가,
2. 이름만 다를 뿐 같은 하나인가?
1 이라고 확실히 알면 착각도, 혼동(오해)도 발생하지 않는다.
2 라고 확신하지 못 해도, 1 이라고 확실히 알지 못 하기만 해도 착각과 오해(혼동)를 피할 수 없다.
진정한 내는 전혀 모르고(不覺), 내 아닌 "나(미운 기억속의 주인공)"를 내 라고 착각, 혼동하니 오해이다.
그런데 착각에, 혼동에 빠진다고 해서 진정한 [내]가, 기억 속의 "나"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의 거리가
-우뇌에서 좌뇌 사이- 이하로 가까워지는 것도 아니다.
진실로는, 내가 미움을 쥐거나 가질 수 없고, 미움에 가까이 기거나, 미움이 내게로 와서 내가 미움에 빠질 수도 없다.
미움은 미움 그 자리에, 내는 내 그대로 이 자리에 있을 뿐 이다.
비유하자면, 영화속 주인공(영상)은 [스크린]에 있고, 그걸 보는 관객인 내는 객석에 있을 뿐 그 사이의 거리가 더 가까워지지도, 더 멀어지지도 않는 것과 같다.
자 이상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미움과의 결별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이해하기 쉬우리라.
미움과의 만남이 있어야 결별이 있을텐데, 과연 만남이라 할만 한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영화속 주인공과 만남이니 결별이니 하는가?
그런데 결별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만남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무슨 수로 있지도 않는 만남을, 있는 것 처럼 이야기 할까?
바로 착각과 오해를 만남이라 하고, 그걸 착각, 혼동이라고 깨달음을 결별이라 이야기할 수 있을 뿐 이다.
비유하자면 영화속 주인공의 행로를 내 자신의 실제 경험처럼 착각, 혼동함을 만남이라 하고,
영화보기를 마치고 난 본래 상태로의 회귀(?)를 -영화 속 주인공과의- 결별이라 하는 것 이다.
미운 기억 속의 주인공(나)을 내 자신이라 착각함을 미움과의 만남,
"아하, 그건 오래 전 기억일 뿐이구나..." 하고 알아차리게 됨을 결별이라 할 뿐 이다.
"미움과의 결별이 불가능 하다"는 말은,
"미움과의 만남이 있을 수 없는데, 결별이 어찌 가능한가?" 하는 뜻 이다.
"미움과의 결별은 너무나 쉽다"는 말은,
"이미 결별과 같은 상태라고 깨닫기만 하면 된다"는 뜻 이다.
지금의 [내]가 미움 속의 "나"라고 착각, 혼동에 빠져있는 해괴한 만남을,
현명한 사람이라면 계속하라고 해도 거부하겠지만,
우매한 사람이라면 "죽어도 용서 못해, 미워할꺼야" 할 수 밖에 없으니 참으로 가련한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