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상대)]인 "나" 에게.
사람의 두뇌 속엔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내(自)가 있고,
그 앞 의식계에는 온갖 중생(衆生)이 끈임없이 생주이멸(生住異滅) 한다.
그 무리 중에 "나", "내", "자기", "자신", "심ㅇㅇ", "ㅇㅇ아버지" 등등 갖 가지 이름을 가진 의식(意識)들이
있는 바, 그걸 통 털어서 -타자의식, 타의식(他意識)과 상대격인- 아의식(我意識), 줄여서 "나"라고 약칭코자 한다.
누구라도 하려고만 하면 너무나 쉬게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
두뇌 속에 그렇게 마주 해 있는 [내](정신기관)와 "나"(한 낱의 의식)의 관계이다.
[내]는 "나"를 아는 주체이고, "나"는 [내]게 알려지는 객체인 "너"라 해야 마땅한 관계임을.
그런데 그런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려는 발상조차 못 하거나, 타인의 조언이나 가르침을 듣고도 확인해 보려고
안 하거나 못 하면 그런 관계를 그저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를 깨닫지 못(不覺) 하고는, 상대 편에 있는 "나"를 [내]라고 착각, 동일시에 빠지게 된다.
예컨대, "흡연습성을 끊어야 하겠다" 하는 것은 [내]일까, "나"일까?
그 "흡연습성을 끊어야 하겠다"는 결심을 아는 자는 무엇일까?
내 자신일까, 그 마음(결심)일까?
그 마음이, 그 마음을 알 수가 없다는 것은 두 가지로 쉽게 확인 가능하다.
1. 아는 주체가, 알려지는 객체로 동시에 두 자리에 있을 수는 없다는 것,
2. 고로, 아는 주체에게 알려진다는 것은, 그 것이 아는 주체 자신이 아니라는 명백한 논리적 증거이다.
따라서 "금연하련다" 하거나, "한 대만 피우자" 하는 자는 모두가 내가 아는 대상이니 [내]가 아니다.
"아무개가 좋다, 보고싶다" 하거나, "그 인간이 너무나 밉다, 죽이고 싶다" 하는 자도 내가 아는 대상이니,
그 이름이 아무리 "나"니, "내"니, "나 자신", "내 자신" 이라고 확고 부동하게 알고 있어도,
알고 있는 대상인 그런 "나"는 그 무엇도 -그걸 상대(곧 "너"라 칭할 수 있는)로 아는 [내]일 수가 없다.
단적으로, 자기 두뇌 속 [내] 앞의 의식계에는,[내]게 알려지는 상대인 -"너"라고 칭해야 마땅한- 사이비(似以非) "나"가
무수하게 많이 있지만,
스스로 자각하여 그걸 "너"로 상대하는 현명한 정신은 극히 희소하다.
이 글에서 [내]와 "나"를 구별하여 혼동치 말자고 강조하는 실익, 그렇게 함으로써 얻는 공덕은 실로 어마 어마하다
할만 하다.
그 착각과 혼동에서 빠져 나오면 얼마나 자유롭고 여유로운지를 상상만 해도 경이로우리니....
그러나, 그러나,..... 이런 글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그저 "어렵다", "잔소리", "슬데없는 소리"라고 외면하는 "나"를 제 자신인 줄 아는 이(그런 정신상태의 사람)가 거의 전부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