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 주인과 두뇌의 주인.
먼저 "의"라는 말은 주로 소유, 속(屬)이라는 뜻 으로 쓴다.
[사람"의" 몸]은, 몸이 사람의 소유(?)라는, 사람에 속해 있다는 뜻 이다.
따라서 "몸의 사람"이라고 표현함은 올바르지 않다.
그렇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실제로 통용되는 언어로는 그게 전도되어 있는 수가 드물지 않다.
사람(주인)의 머리라 하지 않고, 머리의 주인이라 하거나,
사람의 차, 차주라 하지 않고 차의 주인이라 하거나,
사람의 의사, 의사주체라 하지 않고, 의사의 주체라 하는 수가 얼마나 많던가?
이걸 문제삼는 의도는 단순한 용어상 잘, 잘못의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통용되는 뜻이 전혀
상반되는 수가 흔하고, 그로 인하여 주종(主從:소유주와 소유물)이 뒤 바뀐 것 처럼 되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람의 의사(意思)를, 그 의사를 소유하고 있는 의사"주체의 의사"라 하지 않고, "의사의 주체"(의사에
속해 있는, 의사의 소유 내지는 지배에 종속적인)라고 사용되는 순간에 그 대부분이 의사를,
그 사람 내지는 그 사람의 정신 자신이라고 착각 내지는 혼동하여, 사람이나 그 정신이 의사에 지배당하는
것 처럼이 되고 만다.(많은 경우에 그렇지 않던가?)
이 글의 제목중 [두뇌 주인]은, 그 두뇌를 소유하고 있는, 그 두뇌가 속해 있는 사람이라는 뜻 이고,
"두뇌의 주인"은, 그 두뇌 속에 속해 있는 의식적 주체("나는 이러 저러한 사람이다",
"나는 죽어도 그 일을 하고 말꺼다", "나의 소신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 "누가 망하고 죽던지 할테다" 등등 의식의 주인공)라는 뜻 이다.
이 두가지 뜻은 조금만 검토해 보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이해하기 더 쉽게 예시하자면, 어떤 사람이 위 의식적 주체의 말을 녹화하여 재생하고 있는 녹화기를 품 속에 넣어 놓고
있다면, [사람 속의 녹화기]는 있어도 [녹화기 속의 사람]은 있을 수 없쟎은가....
그런데도, 그 "녹화기 속의 사람(영상과 음성)"이 그 녹화기 [소유자]와 혼동되는 일이 허다하다.
실제로 그 [사람]이 "이 것이 나 이다", "내가 바로 이 사람이다" 하지 않던가?
바로, 그 [사람] 정신(즉, 내 자신)의 착각 -자기, 자신은 모르고 "나(我意識)"를 자기, 자신이라고 오인하기- 때문이다.
이 착각의 원인은 정신의 깨닫지 못함(不覺) 때문이다.
착각과 불각은 모순적 관계이다.
불각이 있으면 착각을 피할 수 없고, 불각이 없으면(즉, 자각이 있으면) 착각이 있을 수 없다.
자각까지는 못 해도, 최소한 착각은 하지 않는 유일하고 쉬운 방법을 하나 제시한다.
[(아는)내(주체, 自)게 알려지는 그 어떤 것(객체, 他)도 내가 아니다]라는 말을 진리로 확립하기.
"심ㅇㅇ", "나 아닌 내", "ㅇㅇ의 아버지", "ㅇㅇ의 할아버지", "지난 날 지위", "ㅇㅇ의 형(오빠)"등등 모두가
내게 알려지는 이상 [내] 자신이 아니다.
고로, 그 것을 [내] 자신아라고 아는 것은 착각, 혼동이다.
누군가가 위에 열거한 "나"를 칭찬하건, 비난하건 [내]게 하는 것이 아니니 [내]가 받는 것도 아니다.
하기사, [내] 스스로(自)도 내를 알 길이 없는데, 남(他人은 물론이고, 기억이나 상상 속의 나도 포함하여)이
무슨 수로 이 [내]를 알고 칭찬이나 욕설을 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