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무엇이 자기학대(自虐)를 할까?
극단적인 예로 "실패한 사랑 때문에 자살" 이라는 마음을 먹고,
그대로 실행하는 경우를 "자학"이라 하자.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자학이라 할 때는
"자기 자신이 자기 자신을 학대한다"는 뜻 으로 쓴다.
학대하는 자도 자기 자신, 학대 당하는 자도 자기 자신이라고.
그런데 자기 자신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건 학대하려면
하는 자와 받는 자로 구별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논리적으로 성립 불가능한 일어거나,
구별 가능한 것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 무명(無明) 때문이라 할 수 밖에 없다.
필자는 한 사람을 "생명, 신체, 의식, 정신등 네 가지 요소의 복합으로 형성된 유기체"
라고 정의한다.
그 네 가지 요소는 한 사람(전체)의 분리될 수 없는 일부(分이 아니다)이지만,
기능별로는 구별이 가능하다.
기능별로 구별이 가능하기 때문에 넷 중의 어느 것이, 딴 어느 것을 돕거나 해칠 수가
있다.
이와 같은 전제에서 자기 학대를 필자 나름대로 정의해 보이고자 한다.
자기(그 사람 전체) 중의 그 어느 일부(예: 정신)가, 딴 일부(예:생명)를 해쳐서,
그 것이 자기 살인이 되는 것이 자기 학대의 예 이다.
모든 자기학대는, 그 가해자에 해당되는 일부에게도 피해가 파급되기 때문에,
순환적 자신학대라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모든 자학(자기 학대)은,
자기(전체)를 해치기 때문에, 자기에 일부로 속해 있는 가해자 자신도 피해를
벗어 날 수 없는데, 왜 그 짓을 할까?
바로, 정신의 착각과 오만 때문이다.
[자기]라는 한 사람의 일부에 불과한 정신이, 그(정신) 스스로(自)로서의 깨닫지(覺)를
못 하고, 제가 자기라는 그 사람 자체인 줄 착각에 빠지고,
자살하자는 "나"의 마음을 [내] 자신의 마음인 줄 혼동에 빠져서,
"내 인생은 내 마음대로"라 하는 마음을 당연한 줄 오만에 빠진 것이 그 원인이다.
그렇지 않는가?
만약에 [내]가 자기라는 사람의 명령(생명, 운명)을 성실히 수행해야 하는 하인과
같은 기관이라고 깨닫고 있다면,
자기의 삶에 소중한 그 어느 일부라도 소홀히 대하거나,
자기의 삶에 위험과 해로움을 끼치는 그 어느 일부라도 귀중하게 대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반면에 [내]가 자기라는 사람 자체라고 착각하고, 이 사람에 속해 있는 모든 것을
소유하고 멋대로 처리할 수 있는 주인이라고 착각에 빠져있다면 무슨 짓인들 주저하리오.
특히, 두뇌 속 의식의 속삭임(예: 자살하자는)을 저 스스로의 결심인 것 처럼 혼동에
빠져있다면 달리 무슨 선택이 가능하리오.
결국 모든 것이 내 자유이니, 그 책임 또한 전적으로 내가 져야 하지만 그걸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