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 빠진, 못난 놈.
얼이 빠졌구먼....
얼 빠진 놈 같으니라고...
도대체 "얼"이 -무엇을 지칭하는 뜻의 - 말이길래?
"못난 놈"이라는 노래도 있다.
성품, 자질, 능력 따위가 일반적 수준에 비하여 현저히 떨어진다고
못 났다 한다는데, 그 설명의 핵심을 왜 하필이면 "못난"이라고 했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여기서는 필자 나름대로 다음과 같은 뜻으로 쓰고자 한다.
"얼" : 정신기관 스스로의 자각 능력을 지칭한다고.
[내]가 "스스로(自)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각하고 있으면 얼을 지키고
있고, [내]게 알려지는 어떤 대상(의식계)에 있는 것 처럼 착각에 빠지면 얼이
없는 것 처럼 된다고 "얼이 (대상 세계에) 빠졌다" 한다고.
비유하자면, [내]가 지금 영화를 감상하고 있구나...하고 알면 자각(自覺)이고,
포탄이 비오듯 작열하는데 적군은 돌격해 오고 큰일 났다"하면 착각(얼 빠짐)이다.
꿈을 보고 있으면서, 제가 꿈 속(현실인 것 처럼 혼동)에 있는 것 처럼도 같고...
위의 착각에 빠진 상태에서 "빠져 나옴"을 남(해탈), "빠져 나오지 못함"을
못남(속박, 혼미, 감금등 환상에서 못 벗어 남)이라 한다고.
종합하자면 "주체인 얼이 빠졌으니, 나올 수 있는 주체가 없는 것과 같고,
그러니 환상의 셰계에서 못 나올 수 밖에"
그런데 엄밀히 말 하자면 환상의 세계는 실제로는 그렇게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는 환상과 무관하게 존재한다.
요약하자면 사람의 정신 그 자체는 어디에도 (얼이) 빠지지 않는다,
단지 빠진 것 처럼 착각이, 혼동이 발생할 뿐 이다.
따라서 어디에도 빠질 수 없는 정신(얼)이, 빠져 나옴인들 어찌 있을 수 있으리오.
그 또한 빠진 것 처럼인 착각과 혼동에서 깨어 남이 있을 수 있을 뿐 이다.
수업시간에 "화롯가 엿 곁"(환상)에 얼이 빠진 것 처럼이다가, 선생님 호통에
깨어 나는 것도 같은 예 이다.
하나의 예를 들고자 한다.
1. 50년 전의 일로 "누군가(기억인 識)를 극도로 미워하던 나(惡意, 嫌意, 憎意)"라는
의식이 저장되어 있으면서 사소한 계기만 만나도 떠 오른다.
2. 그걸 지금 [내]가 보고 있다. (여기 까지는 그냥 그대로의 일 이다.)
위의 1과 2의 사이에는 서로 오, 갈 수가 전혀 없는 경계가 있다.
지금이 그 때(과거)로 갈 수도 없고, 그 때가 지금으로 올 수도 없다. (시간적 분리)
내가 그 속에 갈 수도 없고, 그 속의 '나' 또는 '나의 마음'이 내게로 올 수도 없다.(공간적 분리)
내가 그 기억을 잡을 수도 없고, 그 기억이 내를 잡을 수도 없다.(상호작용의 분리)
그러니 내가 그 것을 놓는다는 일도 있을 수 없고, 그 것으로 부터 내가 해방될 일도 없다.
단적으로 [내]가 그 것에 빠질 수도 없고, 빠질 수 없으니 빠져 나올 일도 있을 수 없다.
그렇지 않는가.....
그런데도 지금까지는 물론이고 향후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정신이 그런
(있을 수 없는) 일에 빠진 것 처럼, 그러고도 나오지 못 하는 것 처럼 혼미속을 헤매는가...
[내]라면, 그런 데 빠지라고 아무리 유혹하고 강요해도 -남들처럼 빠진척이야 할 수 있어도-
실제로 빠질 수는 없으니 못 한다.
그러니 빠져있을 수가 없으니, 난 놈이 될 수도 없구먼....
오직 하나, [내가, 오직 내다], "내게 알려지는 것은 그 무엇도 내 아니다" 이게 자각의 필요,
충분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