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알아 차리기"의 뜻.

나 아닌 내 2024. 5. 13. 10:10

"(남의) 말을 제대로 알아 들어라",

"(남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여라",

"(남의) 말을 제대로 알아차려라",

 

위와 같은 소리를 더러 귀로 들이기도 하고 입으로 내기도 한다.

입으로 나갈 때는 대체로 상대가 "나의 말을 제대로 알아 듣지(또는

제대로 이해하지,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 하여 답답하다"는 경우이다.

 

그렇다면 남으로 부터 그런 소리를 듣게 되면 자기에게선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가?

 

"그래, 내가 상대의 말을 제대로 알아 듣지(이해하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는데 과연 그런 일이 실제로 있는가?" 하는 의문이라도 만드는가?

아니면 "그대의 말, 들은 그대로 읊어 줄 수도 있어, 뭘 알아 듣지(이해하지,

알아차리지) 못 했다 할게 있다고....." 하고 불평 내지는 반박하지는 않는가?

 

어떤 자매들 셋이 다음과 다투고 있다.

갑 : "50년 전에 내가 빌려 주고 받은 돈이 120만원이었다"

을 : "120만원이 아니라 60만원이었다"

병 : "그리 주장하는 근거가 각 자의 두뇌 속 기억 말고 있기나 한가?"

갑,을 : 없다.

병 : 각자 다른 기억으로 서로 시비하면 누가, 무엇을 근거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겠는가, 또 남이 판단하면 승복할 수 있겠는가 ?

갑,을 :  .......(없겠다)

병 : 각자가 자기 주장만 맞다, 옳다고 하는 근거는 각자의 두뇌속 기억뿐

이고, 그 시비를 가릴 수 있는 그 어떤 근거도 기준도 없는 데 굳이 그런

시비를 고집하는, 그래서 뭔가를 얻거나 잃지 않으려는 목적이라도 있는가?

갑,을 : ........(우물 쭈물)

병 : 그러니 각 자의 기억은 각자가 그 자유와 책임으로 처리하고, 상대에게

      나의 주장을 인정하라, 너의 주장을 포기하라는 식의 대화는 종료하라.

      그럼으로써 얻을 것은 모두의 자유 평화이고, 잃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알아 들었는가, 알아차렸는가?, 이해 되었는가?

갑,을 : 알아 듣긴 했는데 이해가 되지는 않아......

 

병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으니 남의 말을 "알아 듣기"와 "알아 차리기"가

그 뜻이 질적으로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갑과 을이, 병이 한 말(소리)을 아무리 정확히 듣고 알아도 "알아 듣기"에

불과할 뿐, 그 소리를 들으면서 자기 두뇌 속에 뜻을 의식화 하기(즉,

차리는 작업과 그 결과인 차려서)를 하지 못 하고 있음을 모른다. 

뜻을 "차려서(의식화)"가 착수조차 되어 있지 않으니 알 수 있는 뜻이

없는데 무엇으로 이해를 운운하겠는가?

 

사람들끼리 대화라는 것을 자주 하지만, 

현실적인 간단한 대화를 제외한 소위 뜻(두뇌 속 의식)이 있는 대화가

순조롭게 통하기는 그리 단순하지도, 쉽지도, 수월한 일도 아니다.

 

자기의 두뇌 속 뜻(意思)을 적절한 언어기호로 표현해야 할 뿐만 아니라,

남의 언어를 듣고 발언자의 뜻을 그대로 반영하여 의식화(즉, 상대의 

의사를 차려서) 해 놓고서 알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남의 말 뜻이, 듣는 사람 자기 멋대로 (소위 恣意的으로) 의식되어서 알려지는

일 이다. (온갖 오인, 오해, 오판, 잘못된 결정의 원인이 된다)

 

"내 네 (숨겨 놓은) 심뽀 모를 줄 알고..?

"말만 번듯할 뿐 실속은 컴컴한 속내이면서..."

이런 소리를 하고 근거도 없이 고집하는 사람을 만나거던 대화부터 단절하시라.

하긴 그 본인이 그런 줄은 전혀 모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