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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잊지 못 해도, [내]는 '나'를 버릴 수 있다.

나 아닌 내 2026. 6. 11. 17:51

"나는 너를 잊을 수 없어"라는 소리는 더러 들을 수 있다.
"내가 나를 버릴 수 있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이름(名辭) 중에 "본인(자기)", "내(자신)", "나(자아)"
셋을 정확히 구별하여 의식(意識)해 놓고서 그리 말 하고 이해하는
사람을 내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 셋을 이름만 다를 뿐 같은 하나(異名同人) 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자(漢字)로 표기하자면 다음과 같이 다르다.
자기(己), 자신(自), 나(我).

이 셋 중에서 '것'을 아는 자는 [내](自) 뿐 이고,
내가 아는 '것'은 - 예컨대 "자기"라는, "내"라는, "나"라는 - 의식(意識) 뿐 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진정한 [자기] 그대로는 의식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그대로 의식
되지도 못 한다.(극히 한정적으로 의식되어 알려 질 뿐 이다)
또, [내] 스스로(自)는, '것'으로 의식되어 [내]게 알려 질 수가 전혀 없다.
반면에, '나'는 오직 의식으로만 존재하여 알려 진다.(의식이 아닌 '나'는 없다)

여기서 [내]가 알고 있는 "자기라는 사람", "내 라는 정신", "나 라는 의식"
모두가 실상은 오직 "의식적 구조물" 그 이상도, 이외도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내]가 아는 '것'은 그 모두가 오직 의식일 뿐 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너를 잊지 못 하는 나'는 하나의 의식일 뿐 이고, [내] 스스로(自)는
그걸 알고 다룰 수 있는 행위 주체이다.
그러니 잊고 안 잊고를 결정할 수 있는 행위주체가 아닌 '나'가, 너를 잊기(행위)
를 할 수 있겠는가?
고로 "나는 너를 잊을 수 없다"는 소리는 당연이 아니라 자연스런 소리이다.

반면에 그 어떤 마음(意識)도 다룰 수 있는 완전한 자유와 전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행위자인 [내]가 '나' 하나쯤 만들고, 고치고, 바꾸고, 버리고를 하는데
그 무슨 걸림이 있겠는가?

"그(너)를 못 잊는다는 나"(한 개 의식)가 자기의 삶에 필요, 유익하다면
그래 마땅하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불필요, 유해하다면 "백해무익이니
썩 꺼져라" 하고 버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기(사람), [내](자기의 일꾼), '나'(로봇)를 제대로 구별하는 정신이라야
현명한 충신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