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군가 때문에 억울한 해를 당했다(怨), 그걸 -해결이건, 해소이건- 풀(解)려는 마음(意志, 憤氣)이 풀리지 않고,
체내에 쌓여 있음을 한(恨)이라 한다.
한이 맺혀(結)있다, 한이 쌓여 있다, 가슴에 한이 맺히고 쌓여있다고 하는 등등....
이 정도의 설명만으로는, 한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한다.
가해자, 피해자, 피해 내용, 위법, 부당에 관한 판단의 근거등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타인에 의해서 가해자라고 지칭되는 사람은 있는데, 스스로 가해자라고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스스로 피해자라고 자처하는 사람은 있는데, 상대방이 가해자라고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피해를 크게, 많이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있는데, 그 상대는 손해를 가한 적이 없거나 사소하다고 부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해자의 위법, 또는 부당한 행위로 피해를 당했다고 책임을 추궁하는 사람은 있는데, 그 상대는 위법도, 부당도 없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상대방의 위법, 부당한 행위로 중차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에 맞서서, 특별히 해쳤다 할 것이 없는 것(제 마음대로의 판단)에
엄청난 손해라 한다고 부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부모와 자식 사이, 형제자매 사이, 부부 사이에 "원한이 깊이 쌓여 있다"는 사람에게 물어 보라.
듣고 나면 너무나 어이 없다는 마음이 생길 일이 적지 않으리라.
그들의 말을 빌리면 다음과 같은 경우가 허다하다.
남이 내 심정을 알 수가 없지.(너는 안 그래?)
작은 말 한마디로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쟎아.( 남의 말에 실제로 그런 능력이 있냐고!?)
현명한 사람은, 그런 대답에 -同意도 反意도 안 하면서- 쉽게 이해만 한다.
"그게 다 저 마다의 마음(대로)이니까" 라고.
"내게 가슴에 한이 쌓이게 고약한 짓을 한 그 인간이, 지금 저기에 보이고 있다"
위의 말을 몇 구절로 나누어서 보기로 하자.
(1) 기억 속의 나(我)에게 (2) 가슴에 한이 쌓이게 고약한(意) ㅇㅇ짓을 한 그 인간(識)이, (3) 지금 저기에 보이고 있다.(現實)
위의 예시에서 무엇이 빠졌거나 불완잔한지를 확인해 보시라.
첫째, 위의 1, 2, 3 (두뇌 속 意識)을 대상(객체, 他)으로 대(對)하여 알고 있는 내(주체, 自)가 빠져 있다.
그걸 아는 주체로서의 내 자각(自覺)이 없기 때문에 위의 (1) 기억 속의 나(我)가 내 자신처럼 착각(錯覺)에 빠진다,
지금의 내 자신이 그 기억 속의 나로 있는 것 처럼 혼동에도 빠진다.
둘째, "ㅇㅇ짓을 한 그 인간"이 실제로 어떤 짓을 했다는건지 구체적, 사실적인 진술이 없다.
이러 저러한 언동을 하여서(識), "가슴에 한이 쌓이게 고약한 짓" 이라는 마음(惡意)이 생겻다고 해야 할텐데,
근거(識)불명인 제 마음(意)만 있다.
그런 제마음대로를, 그가 한 언동 자체라고 혼동에 빠져 있다.
비유하자면 "무슨 짓을 했길래 나쁜 짓이라 하느냐?"고 묻는 말에, "나쁜 짓을 했으니까 나쁜 짓이라 하지" 하는 식 이다.
셋째, (3) 지금 저기에 있는 그 사람(實存)이, (1)과 (2)인 두뇌(기억) 속의 그 사람(意識)과 너무나 다르지만, 같은 것 처럼 여겨진다.
예컨대, 기억 속의 그 인간은 여섯살 때의 일일 뿐 이고, 저 앞에 있는 사람은 그로 부터 70년이 훨씬 지나서 저렇게 실제로 있다.
그 옛 날에 무슨 일이 지금의 기억으로 있건, 지금 저 사람에게 그리도 원망이 남아 있을만 한가를......
원한을, 원망과 미결인 숙제로 구별하자면 그걸 푸는 방법도 내면의 원망을 대상으로 삼느냐, 숙제를 외면의 대상으로 삼느냐로 다를 수 있다.
"나는 정당하고 옳다(肯定的), 그는 부당하고 그르다(否定的)"는 마음이 "원망하는 마음"이다.
당부(當否), 가부(可否)를 따질 필요도 실익도 없다고 보자.(無意, 無心하기)
나나 그나 오십보 백보 차이도 아니다( 堂堂, 否否 =다 같이 당당하고, 그르다고 보자)
모두가 내 마음, 내가 마음쓰기 나름이구나.. (원망해서 편하고 유익하면 안 할 일 아니고, 반대라면 하지 말아야지)
외면적인 숙제를 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다.
만나서 실제로 무슨 일이 왜, 어떻게 있었는지 제대로 알아차리기.
그런 다음에 내 마음은 이러해서 섭섭했는데 알보 보니 이해가 된다고 하기.
내가 오해에 빠졌었구나, 미안하다 하기.
그도 저도 불필요 무익하면 그냥 문제삼지 않고 버리기.(그냥 지나 간 일이라고) .
두뇌 속에 원한이 -간혹은 골수에 사무칠 정도로 - 깊은 사람은 그 개인으로서도 불행이고,
상대와 주변 사람들에게도 백해무익하다.
이리 말 한다고 흉악범을 무조건 용서하라는 말이 아니다.
가장 먼저 자기의 두뇌 속과 몸, 정신을 어지럽고 혼란스럽고 괴롭게 하는 원한을 깔끔히 정리할 필요가 크다는 말 이다.
원한의 정체, 그리고 그 해결이나 해소의 방법을 알아차리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