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찍은, 사람이 만든 그 어떤 물건의 이름이다.
채찍이라고 하면, 그래야만 채찍이지 채찍이라는 -사람과 상관없이 존재하는- 사물이나 물건이 아니다.
사람이 만든 것도 채찍이라고 해야 채찍이고, 장난감이라고 하면 그 사람으로선 장난감일 뿐 이다.
어쨌거나 통상적으로 채찍이라 칭한 것에 세 가지 용도를 상정해 볼 수 있겠다.
1. 공격적인 무기의 일종. (병사의)
2. 다스리는 수단의 일종. (마부의)
3. 가르쳐서 알리려는 보조 수단의 일종. (스승의)
그 채찍을 누가, 어떤 용도로 사용하느냐의 구별이지,
채찍 자체에 그런 구별이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승의 채찍도, 그 스승이 마음 여하에 따라서는 공격적인 용도로도, 부리려는 용도로도 쓸 수가 있다.
또, 휘두르는 자는 가르치려는 의도로 쓰는 사랑의 채찍이라고 알고 사용하지만,
그 자신도 제대로 모르는 내면에서는 징벌 내지는 공격적 의도가 잠재해 있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래서 부모의 채찍을 두고 어린 자식과 말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회초리를 맞는 너도 아프겠지만, 때리는 내 가슴이 더 아프다",
"거짓말, 둘 다 아픈데 왜 때려? 자기는 내가 미우니까 때리면서....."
나이가, 육체가 어른이 되었다고 채찍을 제대로 구별하여 구사할 수 있을까?
또, 남의 조언이나 충고를 -악의로 오해하지 아니하고- 선의로 해석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