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신(神)"이라 함은,
"사람의 두뇌 속에서, 대상(意識)을 아는 일(知)을 하는 주체"를 뜻 한다.
그 주체가 스스로를 자신(自神)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아는 주체가 스스로(自) 신(神)이라 한다는 뜻으로 자신(自神)이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신(自神)에게 알려지는 자기(自己)라는 사람, 자기의 몸 이라는 자신(自身), 자기의 마음
(의식)이라는 '나'(我意識)는 그 이름이 무엇이건 대상(객체)일 뿐 이므로, 주체와 엄격히
구별되어야 한다.
예컨대, [내](自神)가 아는 "심ㅇㅇ"이라는 이 사람, 그 이름, 그의 경력, 그의 가치관, 나의 취미
등등 그 무엇도 그 것을 객체로 하여 아는 주체인 [내]가 아니므로, 구별하여 혼동치 말아야 한다.
누군가가 "심ㅇㅇ, 너는 아주 고약한 인간이다" 하는 소리를 하자, "그걸 들은 이 사람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르고, 호흡이 가빠지고, 가슴이 쿵쿵거릴 정도로 혈압이 상승하고, 노기가 충천
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객체로 하여 [내]가 주체로서 안다.
위의 예에서 순수한 [내]는, 오직 아는 주체일 뿐 이지, 알려지는 대상일 수는 추호도 없다.
위에서 [내]가 아는 객체인 "그걸 들은........발생한다"는 부분은 주체인 [내] 자신(自神)이 전혀
아니다.
그런데, [내]가 스스로 깨닫지(自覺)를 못 하면(不覺), [내]게 알려지는 위의 객체 부분이 내 자신
인 것 처럼 알려짐(錯覺)에 빠져진다.
여기서 "착각(錯覺)"이란 말은, 본래 그대로의 순수한 신(神)에 객체가 소위 "귀신 붙은 것" 처럼
인 상태로, 그걸 귀신(鬼 +神)이라 하고, 그게 붙지 않는 본래의 순수한 신(神) 상태를 정신(精神)
이라 한다.
예컨대, 내(주체)와 아는 근심(객체)이 각각 염격히 구별되고 있으면 신(神) 상태이고, 근심스런
내(근심 + 내), 내 근심(내 = 근심)이라고 혼동되고 있으면 귀신(鬼神)처럼인 상태이고, 그 귀신
상태에서 [내]만으로 깨달으면(自覺) 근심이 [내]게서 분리되어 [내]가 맑아졌다고 정신(精神)이
라고 한다.
근심, 걱정, 불안, 공포, 미련, 그리움, 원망, 미움 등등의 모두가 내게 알려져서, 내가 아는 객체
(의식)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그 것들이, 순수하게 아는 주체인 [내] 자신(自神)에게 붙는 일이 있을 수 없다.
고로 귀신처럼은 하나의 환상이지,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는 일 이다.
다만, 환상을 환상이라고 알게 되려면 실상을 그대로 알아야 하고, 그러면 환상은 저절로 해소된다.
내가 귀신처럼이구나...하고 알 수는 없지만, "내가 순수한 신이구나, 그걸 몰라서 귀신처럼에
빠졌었구나" 하고 알기는 전혀 어렵지 않다.
내가 "미워하는 내"라는 착각에 빠져있는 줄은 모르지만, 내가 아는 것 일체가 모두 [내] 아니라고
알고나서 "미워", "미워하는 나"를 객체로 보는 순간에 착각은 저절로 해소된다.
"내가 + 아는 + 나"를 하나로 묶을 수는 없지만, 하나로 연결된 것처럼 착각에 빠지기는 너무나
쉽고 잦다.
그렇지만, 그 연결이 실재로는 있을 수 없음을 깨닫기는 아주 쉬우면서 너무나 어렵다.
"집착을 끊고, 마음을 내려 놓아라" 하는 통상적인 가르침이 있다.
"집착도 없고, 그러니 내려 놓을 마음도 없다, 단지 [내] 스스로 깨닫기(自覺)만 하라"는 고급스런
가르침도 있다.
[내가 아는 '나'에서 아는 내(주체)와 아는 나(객체)를 구별하느냐, 못 하느냐는 너무나 쉽고도 어려운
일 이다.
바로 이 구별 여하가 선천의 자유와 후천의 속박, 그 갈림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