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글자 허[虛]나, 공[空] 모두가 우리 말로 번역하기로는 "빌", "빔", "비어 있음"이라는 뜻으로 같다.
그런 점으로는 우주(宇宙)도 같은 "집"으로 번역되지만...
그런데 왜 같은 뜻의 글자 두 개를 묶어서 하나의 단어를 만들었을까?
허동(虛空)을 "빈빈", "빔빔", "비어있고 비어있음"이라는 식으로 번역하지 않고 "빈(虛) 공간(空)"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허(虛)와 공(空)의 뜻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본다.
허(虛)는, 그 어떤 것도 없는 허(虛)만을 지칭하는 뜻 이고,
공(空)은, 공간(空間 : 空과 空의 사이)이란 단어로 짐작할 수 있듯이, 마치 없는 것(虛)처럼 여겨지지만, 초극미(超極微)의
무엇(즉, 空이라는 것)들이 있다는 뜻 이다.
낮에 육안으로 맑게 개인 하늘을 보면 허(虛)로만 여겨지자만,
과학적 탐색을 거친 지금에는 거기에 온갖 기(氣)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 기(氣)의 자리가 본래의 허(太虛라고 하자)로서 언제나 불변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가 있지만 실제로는...
망원경, 현미경이 발명되기 이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육안으로만 맑은 하늘을 보고 텅빈 하늘이라고만 알았겠지만,
옛 인도 지방에서 조금 더 철학적, 과학적, 논리적인 사람들은 수증기, 구름, 얼음(우박)등을 보면서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크고 작은 기(氣) 덩어리가 있다고 알고 그 것을 -아무 것도 없는 상태인 허(虛)와 다른 이름을 붙였을텐데,
그 뜻을 제대로 모르던 중국인들이 번역하면서 공(空)이라 한 것을 지금의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듯 하다.
이상으로,
색즉시공(色卽是空 = 모든 만물이 空 이다), 공즉시색(空卽是色 =空이 곧 모든 만물이다)는 말의 이해도 매우 쉽게 된다.
예컨대, 화성에서 전자현미경 같은 망원경으로 지구를 관찰한다고 가정해 보자.
본래의 텅빈 자리(太虛)에 지구라는 하나의 행성이 떠 있는데, 그게 멀리서 보니 하나의 공(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드려다 보니 초극미(超極微) 입자들이고(空), 그걸 조금씩 확장하여 보니 하나의 물체로 보인다.(色)
이렇게 보니 색이고, 저렇게 보니 공이다. (그러니 색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색이다 할 수 밖에)
불교에서 공(空)이라는 화두를 놓고 "(공을) 깨달았다"느니, "(공을 깨달았다 함으로 보니) 헛 깨달았다"느니 하지만,
위와 같은 식으로 이해하면 그런 혼란이 쉽게 수습되지 않을는지.....
우주(宇宙)의 우(宇)를 태허(太虛)로, 주(宙)를 공간(空)으로 해석하기도 쉽고...
태허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근원"을 무엇으로 보는가?
태허가 창조하였다(창조론),
공(空) 덩어리가 본래부터 있었다(자생론, 콩알 우주론)
허와 공의 사이를 논리적으로 수긍이 되겠금 어떻게 연결하느냐, 연결할 방법이 있느냐,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숙제 이리라.
내 자신이 태초로 돌아 가서 지켜 볼 수가 없는 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