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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글)은 진짜도 가짜도 아니지만...

나 아닌 내 2020. 3. 14. 13:30

말은 "말"이라는 소리 그대로 "말"이다.

그 양이 아무리 많으나 적으나 같다.

그 이상도, 이하도, 이외(以外)도 아니다.


글도 마찬가지다.

"글"이라는 글자 모양 그대로 "글"이다.


"좋은 말", "나쁜 말"("좋은 글", "나쁜 글"도 마찬가지, 이하 같다)도 그런 소리 그대로일 뿐 이다.

어떤 말에 "좋은 말"이라고 더 이어서 할 수는 있어도, 어떤 말에 "나쁜 말"이라고 이어서 한 것을 떼어 낼 수는 없다.

붙인다고 말에 말이 붙고, 뗀다고 말에서 말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사물의 이름도 말, 그걸 감각적으로 서술하는 것도 말, 그걸 비교, 평가, 판단, 선택하는 말도 말 이다.

그 사물과는 아무 상돤도 없는, 사람이 제 멋대로 만든, 사람의 말일 뿐 이다. (그 사물 자체는 사람의 말과 아무 관련이 없으니 

말과 관련된 그 어떤 권능도, 책임도, 추호의 양향도 없다)

그 사물과 아무 상관도 없는 말 이기 때문에,  "상관이 있다, 없다"느니 "진짜니 가짜니" 하는 말을 멋대로 할 수가 있다.


어떤 말에 "이 말은 참말이다, 진짜다" 하는 말을 이어서 하거나,

"그 말은 거짓말이다, 가짜다" 하는 말을 이어서 한다고,

그런 말과 말이 서로 붙거나 떨어지지 않는다.


어떤 말을 전제해 놓고 "이(그) 말의 뜻은 이러 저러하다"는 말을 이어 놓는다지만, 실제로는 그 말과 말이 서로 이어지지도,

떨어지지도 않는다.(무슨 수로 말(소리)에, 글(모양)에 뜻을 담고 비울 수 있으리오) 

"그 말의 뜻은 그게 아니고, 이러하다"는 말을 이어 놓는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상은 누가 뭐래도 불변의 진실이다.

누구도 바꿀 수가 없고, 저절로 바뀌지도 않는다.

그런데, 오직 말을 사용하는 사람(그 정신)에 의해서, 말이 기기묘묘하게 다른 것 처럼 된다.


진짜도 가짜도 아닌 말이 사람에 의해서, 사람에게만 진짜처럼, 가짜처럼 되기도 한다.  

"너는 이쁘다, 너를 하늘만큼 사랑한다"는 열 다섯 글자(말)는 그 이상도, 이하도, 이외도 아닌 글 이다.  


그걸 읽는 사람이 자기 두뇌 속의 그 말((기억)에 "참말로? 진짜?"라는 의문인 말을 이어 놓건, 

"거짓말, 가짜"라고 반대로 믿는(反信) 말을 이어 놓건, "참말로 진짜로 사랑한단다"고 그대로 믿는(信) 말을 이어 놓건,

그 말들이 서로 연결되지도, 붙지도 않으니, 떨어질 것도 아니니 더 달라질 일도 없다.


그런데도 남의 말을 들은 사람은, 남의 말을 어찌 여기게 되는가?

제 속에서 반응으로 이어 진 제 마음대로 믿음에 빠진다.

참말도, 거짓말도 아닌, 그저 소리그대로인 말을 제 두뇌 속에서 반응으로 형성되는 의식(意識)그대로 여겨지게 된다.


바로 이 부분이 말(글)의 마술이라 할만 하다.

말이, 말 이상의 힘을 만들어 내는 것 처럼인 작용(?)이다.

"너는 맞이야, 양반이야, 어른이야" 하는 어른들의 말을 듣고 어떤 반응이 일어나느냐, 그게 바로 말의 힘인 것 같기도 하니까.


현명한 정신은 말이라는 것의 실상(본질)을 알고, 그 것을 다루기 여하에 따라서 발생하는 약성(藥性)과 독성(毒性)을 잘 알고

자유자재로 구사하지만,

우매한 정신은 말에게 맹신, 맹종하는 말의 노예처럼 자기의 삶을 수렁에 빠지게 한다.


"그가 보고싶어", "그가 너무나 미워", "그 일이 꼭 되어야 해" 이런 등등의 모두가 그렇게 생긴 글자들의 나열, 그 뿐이다.

현명한 정신은 그걸 자유자재로 다스리기 너무나 쉽지만,

우매한 정신은 그 말(글)을 제 마음(自意)이라 맹신, 맹종하는 해괴한 자유(放縱)에 빠져서 인생을 탕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