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 [앨범]이 펼쳐 져 있고, 그 안에 "초등시절의 나" 사진이 보이고 있다.
그 사진을 보고 있는 내가 자신이고, 주체이다.
내 앞에 보이는 그 사진이 대상이고, 객체이다.
이 관계는 누가 뭐라고 우기던지 말던지 불변이다.
그런데, 그 사진에 써 있지도 않는 "나"라는 이름이 붙은 것 처럼 내게 알려진다.
그래서 단순하게 "초등생 시절의 사진"이 "나의 초등시절"로 알게 된다.
그와 동시에, 지금 그 사진을 보고 있는 내 자신은 엄연히 있지만 망각되고,
오직 "(초등생 시절의) 나"만 있는 것 처럼, 그 것이 내 자신인 것 처럼(착각), 지금이
그 상황인 것 처럼(혼동) 된다.
그래서 혹은 기쁘다고 요란하게 웃어대고 춤추고,
혹은 성난다고 소리치고 욕하기도 한다.
현명한 사람이, 정상적인 정신상태로 보면 제 정신이라 하겠는가?
그럴 때, 그 사진을 감추거나 찢어버리면 뭐라고 할까?
제 자신이 그리 당하는 것 처럼 여겨지지 않을까?
만약애 그럴 때 사진을 보고 "너 참 오랫만이다" 하고 보면 어떨까?
또, 오늘의 내가 이렇게 너를 보고 있다니...하면 어떨까?
모든 환상적인 번뇌, 고뇌로 부터의 깨어 남을 위한 아주 쉬운 방법의 하나가
"내가 자신이고 주체로서 "나"라는 너를 본다"는 확인이고 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