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동안 가까이(친하게) 지낸 벗을 친구(親舊)라 하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런데 오랜 동안 가까이(친하게?) 지낸 것이 실제로는 원수(怨讐=仇)인 줄을 모르는 경우는 거의 모른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자기로서 어찌 할 수가 없는 사람에 관한 의식을 두뇌 속에 그대로 유지하고는 자주 만나서 노닥거리니
친히 지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원수라면 직접 보기는 물론이고 기억조차 싫어(멀리)하는데,
걸핏하면 맞상대로 노닥거리니 친구와 지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하기사 소위 "친구지간"에도 더러 다투고 불화하는 수도 있지만.......
만나지 못할 사람을, 두뇌 속에 "그리워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의식해 놓고서 밀회(?)하니 친구 이상이다.
어쩌지도 못할 사람을, 두뇌 속에 "미워 죽겠다는 사람"으로 의식해 놓고서 원망하고, 욕하고, 저주하기를 즐기니(?)
그 또한 -질적인 차이야 있지만- 가까이(親) 하기로는 친구보다 더 하지 않는가?
위의 전자(그리운 사람)나 후자(미운 인간) 모두가 자기 두뇌속 의식(意識) 이상도, 이외도 아니다.
그러니 당연히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다.
고로, 직접 만나서 반갑게 친밀하려건, 밉다고 욕하고 복수하려 해도 어찌 할 수가 없다.
그런데, 기괴하게도 자기 두뇌 속 의식적 존재이니 만나서 회포이건, 구원(仇怨)이건 풀기도 너무나 쉽다.
그러니 그 일이 얼마나 달콤한가?
그러니 어찌 그리워, 미워 안 할 수가 쉽겠는가?
두뇌 속에 그런 의식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다행으로 보면 친구라 할만 하고,
불행으로 보면 원수라 할만 하다.
친구라 보건, 원수라 보건 자기 두뇌 속에 있으니, 어차 피 자기의 일부이지 남도 아니지만....
문제는, 그 "남 같은 자기의 일부"를 자기라고 보니 가까이 두려고 하고,
남 이라고 보니 어쩌지 못 하여 괴롭다고 한다.
그러느라 소중한 시간, 에너지만 소모하는 역효과만 날 뿐이니 "원수같은 그리움, 미움"이라 할만 한데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