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끼리의 다툼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자면 사실에 관한 시비(是非)와 가치에 관한
호오(好惡)가 있다.
먼저, 사람들이 사용하는 "사실"이라는 용어의 뜻에 두 가지가 있다.
1. 사람의 두뇌 속이건, 두뇌 밖이건 [있는 그대로]인 사실로서 이하 [사실]이라고 표기한다.
2. 사람의 두뇌 속에만 있는 "아는 그대로"의 사실로서 이하 "사실'이라고 표기한다.
예컨대, 서울 남대문 앞에서 전화하는 "갑"이 말로 지칭하는 남대문은 그 [있는 그대로]
이지만, 갑이 알고 말 하는 남대문은 그 순간에 갑의 두뇌 속에 떠 올라서 "갑이 아는 남대문"
이고, 세종에서 그 사람과 통화하는 내가 말 하는 남대문은 내 두뇌 속에 떠 올라서
"내가 알고 있는 남대문" 이다.
함께 통화하는 김해사는 친구가 말 하는 남대문은 그의 두뇌 속에 떠 올라서 "그 네가 알고
있는 남대문"이고.
하나인 [남대문]이 실재하지만, 세 사람이 알고 말 하는 "남대문"은 다른 셋 이다.
만 명의 사람들이 동일한 시간대에,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하나의 [사실]을 감각적으로 대(對)하고
있어도, 각 자의 두뇌 속에 형성되는 그에 관한 정보(識)는 어느 정도 유사할 수는 있어도 작게,
또는 크게 다를 수가 얼마던지 있기 마련이다.
똑 같을 수는 결코 없다.
[사실]은 하나 뿐(절대적)이지만, 그 [사실]에 관한 두뇌 속 정보(識)는 사람마다 다르고,
그 것이 떠 오르는 때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동일하게도, 다르게도 떠 올라서 알려지기도 하니
소위 도무지 종 잡을 수가 없다.
[사실]은, 어떤 사람이 아는 "사실"과 전혀 상관이 없다.
있는 [사실]이, 누군가가 "그런 사실이 없다" 한다고 없어지는 것 아니고,
없는 [사실]이, 누군가가 "그런 사실이 있다" 한다고 있어지는 것 아니다,
[사실]은, 어떤 사람이 "사실이다"하건 안 하건, "사실 아니다"하건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사실]은 사람의 시비의 대상이 되지 않고 "사실"만이 되기 때문이다.
그냥 [사실]이, 누군가가 "중차대 한 사실이다" 하거나, "사소한 사실이다"
한다고 그리 되는것도 아니다.
그냥 [사실]이 "고귀한 사실이다" 하거나 "하챦은 사실이다" 한다고 그리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사람의 두뇌 속에 형성되어 떠 올라서 알려지는 "사실"은,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이 있거나 없거나와 상관이 없다.
전혀 [사실] 무근인데도 가상의 "사실", 기억으로만 있는 "사실", 사람의
언어로만 있는 "사실"이 얼마나 많은가.....
고로, 사람마다의 두뇌 속에 서로 같은 "사실"이 형성될 가능성은 전혀
없고, 단지 유사성의 짙음과 엷음(濃淡)이 있을 뿐 이다.
여기 까지는 가히 불변의 진리라 할 수 있겠다.
[사실]과 "사실"이 전혀 다른 차원이기 때문에 같다고 함도 오인, 오해, 오판이고,
서로 다른 것을 "사실 아니다"느니, 틀렸다느니 하는 일(非)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주장히는 "사실"이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과 어느 정도나 유사한지는
주장자 스스로 증명할 일 이지 "사실이다(是)", "맞다(正)"고만 하지 말아야 하고,
타인의 주장 "사실'에는 증거를 요구하는 것 이외에 "사실이 아니다(非)",
"틀렸다(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어차피 누구의 주장 사실도 그의 두뇌 속 "사실"의 진술일 뿐, 두뇌 바깥의 [사실]
과는 전혀 무관하다.
그런 점에서 "누구의 주장 "사실"도 [사실]이 아니다", 틀림없는 말 이다.
마찬가지로 "누구의 주장 "사실"도 [사실]이다, 틀린 말 이다.
이상과 같이
- [사실]과 "사실"은 다르다는 것,
- 같은 [사실]에 관한 각 자의 두뇌 속 "사실"과 "사실"도 다르다는 것,
-참말과 거짓말은 [사실]과는 무관하다는 것만 제대로 알면 시비할 일이 거의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