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整觀)을 직역하자면 "가지런히 정리(整)하여서 본다(觀)"는 뜻 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사용하는 뜻은
[내] 스스로 깨달아서, 의식(意識)을 가지런히 구별, 정리하여서 안다는 뜻 이다.
앞에 적어 놓은 자지(自智)의 발로이다.
혼동(混同)은 "(진실과 허구가) 섞인(混) 같음(同)" 이라고 직역되지만,
여기서는 [그대로(진실)]와 "딴 것(허구)"이 섞여서 진실은 없는 것 처럼,
허구는 진실인 것 처럼 보여서(示), 그렇게 보고(視) 안다는 뜻 이다.
예컨대 "이 주머니 속에 1억원 수표가 있다"는 말로서는 하나의 사실이지만,
실제로는 [빈 주머니]일 때, 두 개의 사실이 섞여 있다.
말 뿐인 "주머니 상태"와 실제 [주머니 상태라는 전혀 다른 두(二) 차원이
같은 것(同日) 처럼 섞여 있다.(混)
정신이 현명하여 정관한다면, 말은 말 이고 사실은 사실이라고 구별하여,
먼저 주머니속 부터 확인하고, 그 말의 진위 여부 등등은 따로확인 판단하겠지만,
정신이 우매하면 사실(주머니 속)은 뒷전으로 돌리고, 그 말의 진위에 관한
믿음(認信, 反信, 不信) 여하에만 빠지기 일쑤다.
그로 인하여 자기 의식계의 믿음(信)이 타인의 말과 타인의 주머니 사정과
어지럽게 섞이게 된다.
그리 되면 도대체 그 사람의 주머니 속 사정을 아는건지, 그 사람의 말을
아는 건지, 제 믿음을 아는 건지 혼란스럽기 그지 없게 된다.
엄연히 알아야 할 대상은 그 사람의 주머니 속 사정이지만,
그 것은 뒷전으로 밀쳐진채 그 사람의 말인 "주머니 속 1억원"을
믿고(사실인 것 처럼), 거짓이라고 믿고(사실이 아닌 것 처럼),
이렇게도 저렇게도 믿지 않고 무시하고(알아야 할 대상이 아닌 것 처럼)
보게 되니, 그렇게 보여서 알려지게 마련이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말, "나는 너를 죽이고 싶도록 밉다"는 말,
모두가 사실로는 "말" 이상도 이외도 아니다. (그 말로는 참도, 거짓도 없다)
그런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인 두뇌속 사실(의식계)이 어떤지,
그 두뇌속 사실(의식)이 언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표현되고 있는지,
표현될 것 인지는 전혀 별개인 미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와 같이 전혀 다른 3차원(말, 의식, 표현사실)이 혼동되어
극히 혼란스러운 것이 소위 동일시 이다.
남의 말을 듣거던 일단은 말 이라고만 인정하고,
그 말이 어떤 의식의 발로인지 추리하더라도, 그 추리로서만 인정하고,
실제로 어떤 사실이 있었고, 있고, 있을지는 별개의 차원이라고 알아야
혼동을 피할 수가 있다.
죽이고 싶도록 미운 백부(伯父)를 보고 자란 막내네 자녀들의 뇌리에
"맞이는 다 나쁜 놈, 도둑 놈" 이라고 세뇌가 되어 있었다.
그 형제 자매들은 나이 60이 넘어서도 그 어린 시절에 학습된 형제의
투쟁에 거의 쉴 날이 없다.
특히 그 장남이, 백부와 같지 않은 장남인데도 같은 장남이라고
동일시(혼동)되어 시달리는 고역이 이만 저만이 아니란다.
소중한 시간, 정신력. 체력이 전혀 소중하지 않은 것 처럼 동일시 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