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자로 된 自殺을 우리 말로 직역하면 다음과 같다.
1), 스스로(自)를 죽임(殺). 스스로(自) 죽음(死).
2). 자기(己)를 죽임(殺).
위의 1)은 그런 (문장이나 말과 같은) 일이 실제론 일어 날 수가 없다.
스스로(自)는 하나(單一) 뿐 이니, 하나가 동시에 죽이는 자와 죽는 자가
될 수는 없기 대문이다.
스스로를 죽임이라 하건, 스스로를 -죽이지 못 하는데- 스스로 죽음이라니....
따라서 위의 2)만이 가능한 일이니, 그런 뜻으로 말 하고 이해해야 한다.
내가 스스로(自) 죽이는 자로 나서서, 죽이는 행위(作爲이건, 不作爲이건)를
하여서, 자기(己)가 죽음에 이르게 됨을 "자기살인"(약칭하여 自殺)이라 한다고.
"타인살인"을 줄여서 "타살(他殺)"이라 하는 것과 같이.....
한 사람을 생명, 육체, 정신, 의식등의 복합적 유기체로 본다면,
생명이 스스로 생명을 살리거나 죽일 수가 없고,
몸의 특정 부분이 스스로를 접촉등 어찌 할 수가 없고,
정신이 정신을 깨우거나 재울 수가 없고,
의식이 의식을 고치거나 바꿀 수가 없다는 것도 쉽게 이해 가능하다.
생명이 스스로 육체를 다루고, 정신을 재우고 깨우고,
정신이 스스로 생명을 죽이고, 육체를 다루고, 의식을 다루고 할 수가 있지만,
의식은 -정신의 방관조차 없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전무하다.
생명은 정신에게 말 그대로 "살게(生) 하라(命)"고 할뿐 "자기를 죽이라"는
명령은 커녕 요구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기를 죽이는 것은 -의식적 충동이 있지만 - 오직 정신만이 하는
일 이다.
자기 살인(自殺)하려는 의식적 충동이 아무리 강해도 그걸 해소할 수 있고,
죽기싫다는 의식적 저항이 아무리 강해도 죽기를 결정할 수도 있는 것이
정신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신의 지혜 수준 여하에 따라서는 의식적 판단, 선택, 결정이 정신을
사실상 지배하고, 정신은 그걸 맹신, 맹종하는데 그치는 일이 허다하지만....
이상의 글은 다음과 같은 계기가 있어서다.
어린 나이에 홀로 되어 모든 걸 다 바쳐서 아이 하나를 성공시켜 놓았더니,
"엄마가 창피하다, 만나지 않고 살자" 하면서 결혼을 위한 상견례에도 대역
을 세웠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살아 뭘하겠느냐 죽고만 싶다"는 글을 읽고
서다.
자식이 어미의 희생적 헌신을 외면 배신한 것은 저만의 이기적 욕망 때문이라면,
어미가 그걸 이유로 자기살인 하려는 것은 무슨 의도에선가?
자식문제 말고는 아무 문제도 없는 사람이 자살하려는데, 결코 아무 의도도 없다고
하지는 말아야 한다.
단지, 내면에 형성된 의사를 제대로 알지 못할 따름이다.
일종의 보복의식 이다.
배신한 자식에게 부모를 배신하여 죽게 한 불효자로 내면에서 고통받고, 외면에서
비난, 배척당하게 하려는.....
또, 그런 자식을 키운 자신의 우매했음을 벌하려는......
현명한 정신이라면 그런 보복의식을 만들지도, 허용하지도 않아야 정상이다.
그 자식이 저만 잘 살겠다고 그리 한다면, 어미인 자신이 그 자식에 연연하지 않고
그 보다 더 잘 사는 것이 최고의 보복이라고 알지 않을는지...
선택의 여지가 다양하니 소위 "우선 내가 잘 살고 나서 보자..." 하는.
자식의 배신도 부당하거늘, 저 조차 자기를 죽이려 하다니 가소로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