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오욕 칠정을 이야기 한다.
오욕(五欲, 또는 慾)으로 감각기관 다섯(五官)에 대등하는
색성향미촉 하나씩에 욕(欲, 慾)을 연결하여 오욕이라 하
기도 하고,
식욕, 성욕, 수면욕, 재물욕, 명예욕(또는 권력욕)을 오욕
이라 하기도 한다,
칠정(七情)은 희(기쁨), 노(성남), 애(슬픔), 락(즐거움),
애(좋음), 오(싫음), 이루고 싶음(慾)으로 나열한다.
그런데 이상을 검토해 보다가 몇가지 의문을 가질 수 있
더라.
첫째, 왜 중국인들은 우리 말로 "바랄"을 欲으로, 慾으로도
두 가지로 쓸까?
둘째, 오욕이라는 것 중에는 사람이 후천적, 인위적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식욕, 성욕, 수면욕이 있고 후천적, 인위적으로 다루기
(만들기, 고치기, 바꾸기, 버리기)가 가능한 재물욕과 명예욕(또
는 권력욕)이 있는데, 그걸 구별하지 않았을까, 못했을까?
셋째 정(情)이라는 것을 종류로만 구별해 놓았을 뿐, 그 모든
정에 공통되는 정체(그 무엇을 지칭하는지)는 왜 밝혀 놓지
않았을까?
넷째, 끝으로 오욕칠정(간단하게 慾情)을 논하는 일이 인생에
어떤 효용이 있을까?
환언하면, 어떤 필요와 유익이 있기에 욕정을 논할까
위 의문에 대하여 탐구한 내 나름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람이 만든 인위적인 "바라는 마음"은 욕(慾)이라 하고,
인위적으로는 어찌 할 수가 없는 선천성(본능적) 욕구는 욕(慾)에서
마음(心)을 없애고 욕(欲)이라 한 것이 아닐까 짐작되어 식욕,
성욕, 수면욕등의 욕은 慾이 아닌 欲으로 사용함이 바람직 하다고.
부연해 둘 것은 예컨대 식욕(食欲)에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먹고싶다는 등의 마음(心)이 붙은 것은 식욕(食慾)이라 하되,
순수한 식욕(食欲)과는 구별함이 옳다고 본다.
둘째, 본능인 선천성 욕구(欲求)와 인위인 후천성 욕망(慾望)을
엄격히 구별할 필요가 있으니, 욕구는 사람의 정신이 부족이나
결함이 없이 충족해 주는 것이 본분이고, 욕망은 욕구실현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장애가 되는 것은 엄격하게 통제해야 하는 일
또한 그 본분에 준한다 할 수 있겠다.
그렇게 본다면 본성인 식욕, 성욕에 오히려 장애가 되는 식탐
(적절한 영양 섭취에 지장이 되는 욕망), 성탐(번식에 지장이
되는 욕망)을 통제하는 일 또한 준 본분이라 할 수 있겠다.
셋째, 정(情)이라 함은, 마음(意識중의 意부분)을 실행, 실현
하려는 충동적인 체내 [에너지]로서, (그 대표적인 것이 노기
(怒氣), 화기(和氣)이다.
그런데 모든 마음(意)에서 정, 즉 의기(意氣)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의지(意志)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마음에서만 발생한다.
마음(意)중에 단순한 비교 마음(比意)에서는 정이 발생하지 않고,
예컨대 "커서(比意) 좋아서(評意) 가지고 싶다(慾意)"거나,
"작아서(比意) 나빠서(評意) 가까이 둠이 싫다(慾意)"는 정도의
마음이라야, 그걸 실현하려는 정(情)이 발생한다.
심정(心情), 즉 "마음에서 정이 발생한다", "정이 발생하는 마음"
이라고 하지만, 모든 마음이 그렇지는 않다는 정도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어떤 사람을 소개받고서 "인상이 좋네", "인상은 별로네" 하는
호오(好, 惡意) 정도의 마음만으로는 그걸 실현운운할 마음이
없으니 정이 생길 원인이 되지 못 한다.
"인상이 좋아서 좀더 가까이 두고 살피고 싶다" 거나, "인상이
별로라서 경계해야겠다"는 정도라도 되어야 그렇게 실현하려는
욕망, 의지 생길 수 있고, 그래야 그 강도에 다라서 정이 발생
할 수도 있다.
이상 정(情)의 정체를 파악하다가 한 가지 유용한 [힌트]를 하나
얻게 된다.
정(情)의 정체를 알았으니, 없던 정을 만들거나, 있던 정을 고치고,
바꾸고, 끊어 버리고를 하기가 아주 쉽다는 것도 알게 된다.
마음만 그렇게 다루면 되니까.
그런데도 사람들은 소위 "정(情) 때문에 운운..."으로 너무나 시달린다.
정의 정체를 모르고 "정이란 무엇일까, 주는 걸까 받는 걸까"
(조용필이 부른 [정] 노랫말중 일부) 아무리 애태우지만 모르니....
"정(情)"이라 하는 것이 사람의 두뇌 속에 형성되어 있는 의식(意識)
중의 상대적 언어인 마음(意)중에 욕망이 연결된 마음에서 파생되는
에너지, 즉 의기(意氣=직역하자면 마음의 기)라고 알면, 그걸
다루는 일이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힘겹지도 않게 된다.
예컨대 "이룰 수 없는 그리운 정(또는 미운 정)"을 어거지로 버리고,
떼려고, 무시하려고 아무리 애(정신력) 써도 되기는 커녕 하기조차
불가능 하지만,
정의 정체를 알고 나면, 그 뿌리인 마음을 다스리려는 결정만 하면
너무나 쉽게 가능한 일 이다.
필자라면 [그리워 하라고, 미워하라고 억만금을 주겠다고 유혹해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는게 어째서 어려운 일이라고 하는고]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