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하나인가, 둘 인가?
"세상"이라는 단어를 어떤 뜻으로 쓰느냐에 따라서 다르다.
하나뿐인 세상이라고도, 무수하게 많은 세상이라고도 할 수가 있다.
사람들은 세상이 몇이냐는 물음에 각기 다른 답을 내 놓고는 그 대답이 맞느냐, 틀리느냐만 문제 삼는다.
각 자의 세상이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가 여하는 따져 보려고도 안 한다.
왜냐하면, 세상이 뭔지는 명명백백하여 누구나 다 같이 알고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리라.
결론부터 말 하자면 세상은 그 -"세상"이라는- 이름이 붙는 이미지(두뇌 속의 識)로서의 세상과, 그에 상응한다고 여기는 두뇌 바깥의 세상이라는 두 가지 차원이 있다.
두뇌 바깥의 세상은 "항상 있는 그대로의(불변이라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찰나의 멈춤도 없이 변화하는)하나"로 있다.(최광의의 세상)
여기서 자기의 두뇌 속 세상을 제외한 것이 외부의 세상이다.
마지막으로 자기의 두뇌 속에 이미지로 있는 것이 내부의 세상이다.
내부의 세상은 -동,식물의 차원은 논외로 하고- 사람의 숫자마다 하나씩 가지고 있다.
외부의 세상은 사람의 숫자가 변하면 변하는대로, 변치 않으면 변치 않는대로 항상 하나(전체)로만 있다.
부모, 자식이 어디에, 어떻게 있는가를 밝히려고 시작한 글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걸 밝히기 위한 전제로서 필요했다는 것을 지금부터 이해하시게 되리라 봅니다.
부모, 자식은 살아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죽고 없는 사람이기도 하고, 사람으로 전혀 존재한 적이 없는 (헛)소리일 뿐 이기도 합니다.
자기의 두뇌 속에, 특정의 사람에 관한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고, 그 이미지에 "나의 부모"니, "나의 자식"이니 하는 이름(?)이 부가되어 있는 것이 내부의 세상에 살아있는 부모나 자식입니다.
그 이미지에 상당하는 사람이 실제로 살아 있는 것이 외부의 세상에 살아있는 부모나 자식입니다.
그 이미지에 상당하는 사람이 살아 있을 때의 기억(약간의 상상을 포함하여)만 남아 있는 것이 죽고 없는 부모나 자식입니다.
자기의 두뇌 속에 부모나 자식이라는 주어와 그 주어를 서술하는 언어만 있을 뿐, 실존하는(한) 특정인의 이미지가 전혀 없다면, 소위 "말만 있을 뿐, 그 말에 상당하는 사실이 전혀 없는 헛소리"일 뿐 입니다.
이제 구체적으로 자기의 부모나 자식이 어디에, 어떻게 있는가를 밝혀보고자 합니다.
첫째는 살아있는 자기의 부모나 자식의 정체(?)를 밝히겠습니다.
내부의 세상에는 의식되어 있는 그대로의 부모나 자식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고, 듣고, 접촉해 온 감각적인 경험(識)과 여러가지로 비교, 평가된 의미(意)들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의미가 강렬한 몇 가지 경험들이 그 부모나 자식에 관한 대표적인 느낌(감정)이 됩니다.
외부의 세상에는 나름대로 살고 있는 자연인(부모니, 자식이니 하는 내 의식과는 무관한)이 있습니다.
그 자연인을 보는 사람의 두뇌에 "이러 저러했던 나의 부모"니, "이러 저러했던 나의 자식"이니 하는 의식이 있으면,그런 의식의 투사를 통하여 그런 의식적 존재로 투영되어 알게 되지만,
그 자연인을 보면서 그런 의식이 전혀 없는 사람은 부모나, 자식으론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그 자연인을 보면서 자기의 두뇌 속에 있던 부모나 자식에 관한 의식이 떠 오르면 비교, 평가되는 일은 있지만.....
그렇다면 다음은 "이러 저러했던 부모(또는 자식)"라고 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해부해 보겠습니다.
"나 에게 헌신적, 희생적으로 도움을 준 부모(자식)"라는 의미(意)가 부가되어 있는 의식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 에게 너무나 가혹한 고통과 희생을 준 부모(자식)"라는 의미(意)부가되어 있는 의식을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또, (자식의)부모에 관한 의식과 (부모의)자식에 관한 의식이 유사한(잘 키워 주어서 고마운 부모, 잘 자라주어서 고마운 자식이라는 식),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전혀 상반되는 경우(키우느라 고생했다, 사랑받지 못 하고 자랐다는 식)도 있습니다.
여기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 검토해 봐야 할 것은
첫째, 서로의 사이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잇었느냐의 문제(사실확인)
둘째, 각 자의 두뇌에서 무엇(사실)을 근거로 어떤 일에, 어떤 방향의 강렬한 의미가 부여되어 있느냐의 문제(가치판단)를 나누어서 보아야 합니다.
어떤 사실에 관한 비교적 판단은 각 개인의 두뇌 속 에서 이루어 집니다.
때문에, 동일한 사실에 관한 비교의 기준이,그 결과로서의 평가가 같을 수도 있고, 전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부모가, 자식이 잘 해 주어야 훌륭한 부모, 자식이다" 하는 식의 말은 누구나 할수 있고, 별로 잘못 된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허나 "잘" 이라는 말에 구체적인 뜻이 없이는 어떻게 하는 것이 "잘'에 해당되는지 불명확하기 때문에, 동일한 일에 관하여 두 사람 이상의 잘, 잘못이라는 판단이 크게 다르거나 상반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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