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인간, 참 무식(無識- 보고, 들은 게 없음))하구먼...
나는 너무나 무식하다.
남을 향해서나, 자기를 향해서 무식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드물지 않게 (들어) 본다.
저 인간, 참 무지(無知- 아는 게 없음)하구먼....
나는 참 으로 무지하다.
이런 말도 있고.
저 인간 참 무지(無智- 지혜가 없음)하구먼....
나는 참 으로 지혜가 없었다.
이런 말도 있다.
그런데 막상 무식(無識)이, 무지(無知)가, 무지(無智)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답조차 하기 어려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동어반복식으로 "무식이 무식이지 뭐긴 뭐야, 그 것도 몰라서 묻냐?" 하는 사람도 있고, 뭔가 뜻을 담아서 하는 대답이 사람마다 구구 각색이기도 하다.
나는 여기서(이 글에서) 국어 교육이나 시험식 문답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공식적으로 그런 자격이 없고, 나 스스로 그러고 싶지도 않다.
그저, 그런 단어들에 어떤 뜻을 담아서 쓰는 것이 그 누가 사용하건 자기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탐구해 보고는 독백처럼 표현코자 할 뿐 이다.
사람이 오관(眼耳鼻舌身의 신경기관)을 사용하지 않는 (포태상태의) 기간을 지나서 출생을 하면 비로소 오관이 열리면서 그 활동도 시작된다.
그러면서 그 활동 결과(눈을 통하여 형성되는 시각정보등)가 두뇌에 쌓이게 되니 그게 바로 5식(眼識등)이고, 그 내용이 바로 5경(境 -색성향미촉)이다.
그런 정보의 양이 두뇌 속에 많으면 박식(博識)이니, 다식이니 하고 그런 정보의 양이 부족하면 박식(薄識)이니 한다.
타인으로 부터 많이 배운 것을 박학(博學)이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가방끈이 짧다고 하기도 한다.
식(識)의 뜻이 오관을 통하여 형성된 정보라고 한다면 -특별히 감각신경을 움직이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면 출생한 이후의 기간에 비례하여 식(識)이 형성되어 있을 것 이므로, 누가 더 오래 살았느냐 여하를 따지면 그만이지, 누가 더 박식하냐 여하를 따질 필요는 없으리라.
그런데 식(識) 중에는 식(정보) 그대로만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딴 식(識)과 비교, 평가 된 의미(意)라는 것이 부가되어 하나의 의식(意識)을 이루고 있는 것도 있다.
예컨대 시장 바닥에서 만난 여러 사람 중에는 그냥 본(보인) 기억(識)만 남은 것이 있는 가 하면, 다른 사람(특정의 누구나, 일반적인 사람들)에 비하여 "좋은(意)"이라는 의미가 부가된 "좋은 사람" 이라는 의식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도 있다.
그런 의미가 생기지 않아서 없는(소위 무의미한) 것은 특별한 동기가 없으면 떠 오르지 않고, 찾아(떠 올려) 보려고 해도 어렵다.
반면에 의미가 붙어서 의식을 이루고 있는 것은 의견이 파생되어, 의욕을 낳아서 실현되려는 의지(충동적 에너지)로 발동하기 마련이다.
작은 계기라도 만나면 그 폭발력이 대단해 지기도 하여, 그걸 자제하기가 매우 어렵기도 한다.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느냐는 측정의 길이 없다.
두뇌 속을 수색하기도 어렵지만, 그 속 에서 식(識)을 찾아내기란.....
어쩌면 컴퓨터 [디스켓]에서 직접 어떤 정보를 찾기가 불가능한 것 처럼.
그래서 나오는 것이 문답이나 시험이다.
그런데 문답이나 시험에서 대답으로 나오는 것은 식(識)의 유무에도 영향을 받지만, 의미(意)가 부가되어 있는 식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니, 대답만으로 누가 더 박식한가를 확인할 수도 없다.
예컨대, 이름을 주고 받는 인사를 한 사람의 이름들을 나열하라는 질문에는 인사하던 당시의 의미(저 사람은 웃기는 인상, 이름이 독특한 저 사람은 강사랑 등등..) 여하에 따라서 대답이 큰 영향을 받고,
선생님이 "이건 시험에 나올거야" 한 것과, 아닌 것의 답안도 다르기 마련이니까.
고로 출생한 이후로는 누구도 무식한 사람이 아니다.
단지 상대적인 식(識-경험적 정보)의 다소(多少)가 있을 뿐 이다.
그러니, 자기는 물론이고 누구를 향해서도 무식하다 하는 것은 부적절한 말 이다.
다만 같은 나이에 같은 학년을 다녀도, 학업에 관한 정보수집및 획득활동(책 읽기, 가르침 듣기, 예습과 복습등)의 차이에 따라서 다식한 사람과 소식한 사람의 구별이 생기고, 그건 곧 학업 성적과 진학, 취업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같은 조건에서도 최선을 다 해서 다식을 추구"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결국, 무식한 사람은 없지만 -같은 조건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박식한 사람과 소식한 사람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박식하자, 소식하지 말자"고 제 마음을 다스리고, 가까운 사람에게는 권유하면 그만이지, 굳이 타인을 향하여 무식하다고 비아냥 대거나 공격하여 좋을 일은 전혀 없다고 본다.
남을 무식하다고 경멸하는 것도 바보짓 이고,
자기를 무식하다고 위축시키는 것도 바보짓이다.
가급적이면 자기의 인생과 주변을 포함하는 타인의 인생에 도움이 될 정보들을 많이 획득(多識)하는 일을 결코 게을리 하지 말 일 이다.
다음은 무지, 무지에 관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