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분별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 보면 그 풀이가 없다.
아마도 사리(事理)와 분별(分別)이라는 두 단어를 가까이 붙여서 쓰는 관용적 용어여서가 아닐까 싶다만....
사리(事理)를 사전에서는 우리 말로
1. 사물의 이치.
2. 변화하는 현상과 그 배후에 있는 불변하는 진리라고 번역(?)해 놓았지만 그 뜻을 밝힌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전을 보고선 그 뜻을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누구에게 물어 본들 그 이상은 커녕, 그 이외의 그럴듯한 대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아서 차라리 내가 한번 정립해서 보고자 한다.
사(事)는 모든 존재하는 그대로를 지칭한다.
모든 존재계는 -그 바탕인 순수한 허공(虛空, 眞空)을 제외하고는- 찰나의 멈춤이 추호도 없이 변화하고 있다.(과학이 증명하였으니 믿는다)
그 변화에는 불변의 이치가 숨어 있다.(숨어 있는 불변의 이치가 그 변화를 낸다)
그 이치를 리(理)라 한다.
사(事)는 미세한 입자(微粒子)들의 결합이다.
그 미립자를 기(氣)라 하기도 하고, 그 미립자들의 움직임을 기운(氣運)이라 하기도 하고, 그런 미립자 단위로 존재하는 세계를 -순수한 허공, 진공과 구별하여- 기공 또는 공기(空氣)라 하기도 한다.
기(氣)와 그 걸 움직이는 이치(理)의 관계에 관하여 예로 부터 여러가지 학설이 분분해 왔었다.
그렇지만 그 어느 학설에서도 리와 기를 별개로 존재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리 없는 기 없고, 기 없이도 리 없다",
"리 있으면 기도 함께 있고, 기 있으면 리도 함께 있다"는데는 이론이 없다.
궁극적으로 소급해 탐구해 보노라면, 태초(허공중에 아무 것도 없었던 상태)에서 리(理)가 먼저 나왔을까, 기(氣)가 먼저 나왔을까, 아니면 동시에 나왔을까, 나오기 전 에는 어디에, 어떻게 있었을까 의문이지 않을 수 없고, 그렇다고 어디에, 어떻게 있었다고 말 할 수도 없고(태초엔 없었으니까, 없었던데서 무엇이 있었다고 어찌 말 하리오) 입만 막히는 것이 아니라 두뇌 속이 캄캄해 진다,
어쨌거나 모든 사리의 바탕은 허공(진공)으로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시작도, 끝도 없다.
그 영원 무한의 차원 안에 하나의 기(氣) 우주가 -콩알에서 폭발로, 폭발에서 수축으로 변화한다고 해도- 존재할 뿐, 둘 이상의 우주가 존재하진 않는다.(허공이 하나이니, 그 안의 모든 것을 보면 모두가 하나로 보인다)
그 하나(절대)의 사리(존재계의 변화)를 알려면, 아는 자가 따로(인 것 처럼) 나와 있어야 한다.
우주가 아는 자와 알려지는 대상으로 구별되지 않으면, 무엇이 우주를 알리오.
한 인간도, 저를 아는 자와 알려지는 것 으로 구별되어야 저를 알게 되듯이 말 이다.
사리를 분별한다는 것은, 사리(절대차원)를 1차적으로 주체(관팔자)와 객체(그 나머지)로 구별하기 부터 해야 가능하고,
2차적으로 객체를 시간적(이때, 딴 때, 어느 때 등등)으로, 공간적(여기, 저기, 이것, 저것, 이 부분, 저 부분 등등)으로 더 분별해야 가능하다.
여기서 말 하는 분별(나누어서 구별한다)과 통합은 관찰의 방법이지, 사물을 분열하고 통합한다는 뜻이 아니다.
분별을 미세하게 할 수록 미시적 관찰이 되고, 분별을 적게 할 수록 거시적 관찰이 된다.
개 개의 무엇이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를 정확히 알려면 미시적 분별을 많이 해야 좋고, 개 개의 것들이 서로 어떻게 관련되어 있느냐를 알려면 거시적 방법을 동원하거나, 분별적 사고의 결과를 종합하여 큰 틀에 넣어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사리의 폭을 미세하게만 알면 사리의 큰 흐름을 알지 못 하고, 큰 흐름만 알면 세부적인 분야를 모르게 된다.
[나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