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공(空)" 이라는 말인지, 소리인지를 더러 듣곤 한다.
그런 소리(형식)를 듣고, 그런 소리(형식)로만 아는 일은 거의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 소리(형식)를 듣고 그 뜻(실질)을 알려면, 두뇌 속에 뜻(名, 識, 意)이 형성되어
있어야, 그걸 대(對)하여 알 수가 있다.
예컨대 , 두뇌 속에 공(空)이라 함(名=이름)은, 모든 물질의 최소단위로서, 그 것이
모이면 물체(色)가 되고, 물체가 흩어지면 최후로 남는 공(空)이 된다는 서술어(語識)
에, 상대적인 언어(意)인 마음(心)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 공(空) 의식(意識), 약칭하
여 "공(空)" 이다.
눈 앞에 있는 거대한 산이나 바다도 공(空)이 모여서 형성된 물체인 색(色)이고,
그 것을 초극미세한 가루로 만들면 공(空)이니 "색즉시공 공즉시색"(색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색) 이다.
공과 색이 다르지 않다.(空不異色, 色不異空)
"공(空)"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매우 유익하게 활용할 수가 있지만,
그 뜻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 하면 차라리 모르느니만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천지만물을 공(空)이라 하건, 색(色)이라 하건 같은 뜻의 말이다.
공(空)을 제대로 모르고, 우리 말 그대로 번역하여 같은 허(虛:빌허)와 같은
공(空:빌공)의 뜻으로 알게 되면 너무나 어이없는 난관(?)에 봉착한다.
눈 앞에 등장해 있는 온갖 사람과 물건 일체(色)를 아무 것도 없이 텅빈 상태(虛)
라고 알려니 수긍이 되겠는가?
그걸 때 옛 사람들은 "그대로 공을 제대로 깨달으면 알게 된다"는 식으로
대답하기를 외면, 회피했다더라.
공도 색이라 봄으로써
티끌처럼 작은 것도 모여서 태산이 될 수도 있고,
태산도 흩어져서 티글보다 작은 공이 될 수도 있는데,
사람의 두뇌속 의식계 또한 그에서 예외일 수 있겠는가...
그렇게 크나 큰 근심 걱정인 것 같지만 그 본질이 공(空)이고,
그렇게 작은 마음의 씨앗(空) 하나가 엄청나게 크나 큰 현실(色)로 등증하기도
한다고 아는 것의 효용은 과연 어떨까, 성찰하기 나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