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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없는 사람.

나 아닌 내 2006. 11. 19. 14:23

죄없는 사람을 어찌 그리도 괴롭히냐?

죄가 없긴 왜 없어, 있으니까 당연히 벌을 받아야지....

도대체 죄가 뭐길래 한편에선 있다(有罪라) 하고, 다른 한편에선 없다(無罪)고 다툴까?

 

 

한 마디로 말 하자면 "죄는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라고 괴이하게 말할 수 있다.

왜냐,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죄는 사실의 세계에는 없다.(있는 것도 아니라는 뜻 이다)

사람의 두뇌 바깥에는 없다.

고로 사람의 말 이나 행동에도 없다.

그래서 죄는 -모습이 없으니- 눈 으로 보이지도 않고 -그 소리가 없으니- 귀로 들리지도 않고, 그 이외의 감각 신경으로도 접촉되지 않는다.

이 것이 죄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 이다.

 

그렇다면 죄가 되는 말 이니, 행동이니 하는 것은 도대체 무얼 보고, 듣고서 하는건가......

바로 두뇌 속에 있는 죄의식으로 있고, 그 의식이 투사(조건반사)되어서 두뇌 속에 나타나는(투영되는) 것이 죄 사실이라는 -엄밀히 말 하자면 현상이 아닌 현상(즉, 환상)이다.

 

예컨대 "길에 침을 뱉는 행위"를 두뇌 속에 이미지(識)화 해 놓고, 그 이미지에 "경범죄에 해당된다"는 의미(意)를 부가해 놓은 것이 소위 실정법상의 하나의 죄의식이다.

법전(경범죄 처벌법)에 수록되고 부터 그 것을 읽고서 죄의식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최초에 그런 법률을 만든 사람들의 두뇌 속에 "그런 행위를 죄라고 하자"고 먼저 형성되어서, 그 의식이 표현되어 여러 사람의 동의와 소정의 절차를 거쳐서 법전에 수록되어 있는 것 이다.

 

실정 성문법의 죄도 그 본원은 사람의 두뇌 속 의식이기 때문에, 그런 의식이 없이는 그런 법조가 만들어 지지도 않고, 그런 의식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건 죄가 아닌 것 이다.

(물론, 소위 법의 무지는 무죄가 아니라 하지만, 타인조차도 죄의식이 없다면 무죄일 수 밖에...)

 

여기(이 글)서 거론하는 죄는 성문법상의 죄에 국한하지 않는다.

형식적으로 죄라는 말이 포함되어야만 죄의식이라고 하지도 않는다.

도의적, 윤리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특정인의 마음에서 매우 나쁘다고(極惡) 혐오하는 의식도 넓은 의미에서는 죄에 준하여(準罪랄까...?) 다루고자 한다.

 

어쩌면 바로 준죄야 말로 인간관계에 있어서 심각한 폐해를 조성하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그 어떤 죄 보다도 중죄인 것 처럼 여기는데 반하여, 그 상대방에서는 전혀 죄가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에 발생하는 불화와 투쟁이 얼마나 심각한가....

 

예컨대, 아직도 여전한 미국인의 흑백분쟁의 씨앗이 바로 준죄의식 때문이다.

백인에게 흑인은 꼴도 보기 싫은 죄인과 같고, 그러다 보니 흑인에게도 백인이 공존하기 싫은 죄인과 같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백인도, 흑인도 그 피부색이 죄가 아님은 누구나 안다.

무죄이지만, 그 어떤 유죄보다도 더 배척과 증오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준죄라고 할수 밖에...

 

성문법과 관련이 있건, 보편적인 윤리의식이나 도덕률과 관련이 있건, 한 개인의 호오(好惡)와 관련이 있건 죄의식(죄에 유사한 의식을 포함한다)이건, 그게 다른 사람과 일치하면 적어도 그 일치하는 범위에서는 유죄니, 무죄니 하는 논쟁과 투쟁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어느 한 사람(그 편)은 유죄라 하는 일(그 일을 보면서 두뇌 속에 죄라는 의미가 부가됨)을, 다른 사람(그 편)은 유죄라 할 수 없다(두뇌 속에 죄라는 의미어가 생겨서 부가되지 않음)고 다투는 일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이상의 죄, 죄의식 일반에 관한 검토를 바탕으로 하여 죄 없는 사람을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두뇌 속에 죄(廣意의) 의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는 뜻 이다.

둘째, 두뇌 속에 죄의식은 있지만 자기는 그런 죄 어디에도 해당되는게 없다는 의식(일반적인 무죄의식)의 사람이란 뜻 이다.

셋째, 특정 사안과 관련하여 자기는 죄를 범한(죄에 해당되는 언행) 사실이 없다는 의식(개별적인 무죄의식)의 사람이란 뜻 이다.

 

그런데 자기의 두뇌 속에는 자기의 언행에 관한 죄 의식만 있는 게 아니라, 타인의 언행에 관한 죄의식도 있다.

특정의 타인에 관하여 "죄의식이 전혀 없는 사람(일 것 같다는)", "죄의식은 있지만 그는 어떤 죄도 범하지 않은 사람(일 것 같다)", "다른 죄의 유무는 차치하고 그 사안에는 무죄인 사람(일 것 같다)" 이라는 등의 의식도 들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은 죄의식이 있어야 자기나 누구는 유죄니, 무죄니 하거나,

자기나 누구는 유죄가 아니니, 무죄가 아니니 하는 주장이나 항변을 하게 된다.

문제는 두 사람 이상이 어떤 사안과 관련하여 누구에게 죄가 있다와 없다는 상반되는 주장을 하게 되면 -그 주장의 채택여하에 따라서 발생하는 책임문제 때문에 투쟁으로 치닫기 쉽다는 데 있다.

책임문제만 없다면 "그래 당신 말(주장)이 맞아" 하고 넘어가면 그만이라 여길 수도 있으니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