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는 잠을, 활동의 -중단이 아닌- 정지라고 정의하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잠 상태에 있다가 깨어났다가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편의상 한 사람을 생명, 몸, 정신, 의식의 네 가지로 구별하기로 하고요.
생명은 잠 들었다, 깨어났다 하는 일이 없습니다.
죽었다가, 살아 났다가 하는 일이 없으니까요.
생명활동의 정지는 곧 죽음이고, 죽음에서 다시 살아나는 일은 없으니까요.
간혹 가사(假死) 상태가 있다고 하지만, 그건 제대로 몰라서이지 실제로는 죽음이 아닙니다.
몸도 잠들었다, 깨어났다 하는 일이 없습니다.
비록 잠시의 활동 정지도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서의 활동은 호흡, 신경, 혈관작용을 뜻 하는 것 이지, 그 이외의 활동은 상당시간 정지해 있을 수가 있습니다.
의식도 잠 들었다 깨어났다 하는 일이 없습니다.
다만, 어떤(특정의) 의식이 두뇌 내부의 표면(상영실?)에 떠 올랐다, 가라앉았다 하는 수는 있고,
또, 의식계의 전부가 상영실(?)로 연결되지 않거나 (완전한 기억상실), 일부가 표면으로 떠 오르지 않는(부분적 기억상실) 경우가 있지만, 그 것은 (거의) 규칙적, 반복적으로 잠 들었다 깨어났다 하는 것 과는 다르지요.
결국 잠 들었다, 깨어났다 하는 것은 정신 뿐 입니다.
정신이란 사람에 있어서 아는 기능을 하는 기관입니다.
이 정신이 잠 들면 아무 것도 알지 못 합니다.
알지 못 한다는 것도 모릅니다.
모르는 것도 전혀 모릅니다.
자기(그 사람)가 있는지 모르고, 제가 잠 들어 있는 줄도 모릅니다.
이상의 모든 것은 앎의 대상이고, 그 모든 앎을 행할 수 있는 주체인 정신의 활동이 정지상태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나는 과연 무엇일까요?
생명, 몸, 의식, 정신 중에서 어느 것이 나 일까요?
이걸 발견하는 방법은 발견없이 발견하는 방법뿐 입니다.
발견하려는 자가, 그 스스로를 발견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발견자에게 발견된다는 것은, 그 것이 바로 발견자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됩니다.
나는 생명자체를 직접 발견하지 못 해도, 심장이나 혈관 맥박, 심지어는 신경반응을 보면서 그 것이 생명이 있다는 증거인, 생명의 작용임을 압니다.
그러니, 내가 생명체에 속해 있어도 생명 그자체는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 집니다.
나는 몸을 알고, 의식을 압니다.
그러니 나 에게 알려지는 몸, 의식이 그 것을 아는 나 일수는 없으니, 나는 몸도 의식도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 집니다.
그렇다면 나는 아는 주체(이름이야 정신이라 하건, 순수 의식이라 하건, 영이라 하건)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사람에 있어서의 아는 기능을 정신이라고 칭한다면, 정신이 잠들 뿐 다른 것(생명, 몸, 의식)이 잠 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달리 증명할 방법은 없을까요?
분명히 있습니다.
그건 바로, 잠든 상태를 전혀 모른다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나 자신(아는 기능)이 잠 들지 않으면 생명, 몸, 의식을 나는 압니다.
그런 앎으로써, 앎의 주체인 내가 - 잠들지 않고 깨어나- 있음을 아는 것 입니다.
역으로, 꿈도 모르게 완전히 잠든 상태를 전혀 알 수가 없는 것은, 바로 아는 기능이 완전한 부재(정지)라는 명백한(?) 증거이니까요.
무엇이 잠드는가를 밝히려는 것은, 아는 나 자신의 정체를 밝히려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럼으로써 나를 모든 알려지는 것 과의 동일시에서 해방시키고(본래의 자유를 깨닫게 하고), 모든 알려지는 것을 사랑하는 지혜를 계발하여 본분의 책임을 다하고자 함입니다.
"아무개가 그립다, 보고싶다"는 마음 속에나 그 바깥에 나는 없습니다.
"아무개가 밉다, 죽이고 싶다"는 마음과도 나는 그렇습니다.
나는 그런 마음이 왜 생겨나 있는지를 탐구하여 알 수도 있고, 그런 마음이 자기와 타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추리하여 다룰 능력도 지니고 있습니다.
단지, 그걸 깨닫지 못 하고 그런 마음을 자신이라고 혼동하여 꿈 속을 헤매듯 하고 있을 뿐 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