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명)과 실체(實)는 엄연히 다르다.
이름은 이름이고, 실체는 실체일 뿐 이다.
실체는 이름을 갖지 아니하고, 이름도 실체를 갖지 않는다.
실체의 속 에도, 바깥에도 이름은 없다.
그렇다면 명실이 같다, 같아야 한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실체가 이름을 갖거나, 실체의 속에나 거죽에 이름이 있다면 명실은 항상 함께 하겠지만,
그렇지 않는 이상, 실체와 이름은 어떻게 자리를 함께 할까?
대답만 하자면 사람의 두뇌 속에 이름과 -그이름이 연결된- 실체가 함께 있다.
실체에는 이름이 없다는 말과, 이름이 연결된 실체라는 말은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해명할 필요가 있겠다.
이름이 없다고 할 때의 실체는, 사람의 두뇌 외부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이나 현상 자체를 뜻 하고,
이름이 연결된 실체라고 할 때의 실체는, 사람의 두뇌 속에 존재하는 정보(識)를 뜻 한다.
예컨대, 사람들이 김갑수라고 부르는 특정인은 김갑수(이름)가 아닌 실체(실존인물)이다.
그는 김갑수라는 이름을 몸 안에도, 바깥에도 가지고 있지 않다.
단지, 자신의 두뇌 속에 자기 정보(識)에 그 이름이 연결되어 있을 뿐 이다.
다른 사람의 두뇌 속의 김갑수 정보(識)에 그 이름이 연결되어 있을 뿐 이다.
여기서 명백히 밝혀지는 것은 김갑수라 칭하는 실체(實),
그 실체에 대한, 관한 정보(識),
김갑수라는 이름(名)의 3가지가 별개라는 것 이다.
김갑수라 칭하는 실체(實) 속에, 그에 대한 정보(識)가 있고, 그 정보에 김갑수라는 이름(名)이 연결되어 있어도 그 세가지는 몸통이라는 자리를 함께 할 뿐, 그 내부에서는 따로 존재한다는 것 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체와, 실체에 대한(관한을 포함) 정보와, 그 정보에 연결된 이름을 동일시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름만 제시하고 죽일 놈, 살릴 놈 이라고 하는 것이 그 단적인 예 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사용하는 -이름이 아니면서- 이름보다 더 막강한 위력을 내포하는 사이비 이름도 있다.
좋은 사람, 관심이 많은 사람, 호인, 천사니 하는 이름(?)과 나쁜 사람, 무관심한 사람, 악인, 악마니 하는 이름(?)이다.
이런 사이비 이름이 실제의 이름보다 더 위력적인 이유는 강렬한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름은 실제의 정보보다 더 중시된다.
뿐만 아니라, 실제의 사람보다 더 중시되는 희, 비극도 결코 적지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