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부터 언제나 하나(전체)인 존재를 세 가지 차원으로 구별해 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차원을 허(虛)라고 하겠다.
비어 있음을 지칭한다.
그 자체(虛)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는 뜻의 말이 "비어"이고,
없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만 있다는 뜻의 말이 "있음"이다.
사람들은 허(虛)라고 칭하는 것에 관하여 제대로 알지 못 하고 오해하는 것 같다.
"아무 것도 없음" 이라는 말로, 그(虛) 자체도 없는 것 처럼 오해하고,
"(비어) 있다"는 말을, 감각적으로 접촉이 가능한 뭔가가 있다는 것 처럼 오해하여 배척한다.
허(虛)를, 그 자체만을 말 하자면 엄연한 있음이다.
단지, 다음에 말할 공(空)이나 물(物)과 함께 있지 않고 홀로(?) 있을 뿐 이다.
허(虛)를, 다른 차원(空, 物)과 함께 있지 않다(다른 차원이 함께로 없다)는 관계적으로 말 하자면 없다는 뉴앙스를 풍기게 된다.
요약하자면 "비어 있음"에 있어서 "비어"는 관계가 없다는, 그래서 없다(無)는 뜻에 가깝고,
"있음"은 관계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있다(有)는 뜻에 가깝다고나 할까...
어쨌거나 이 허(虛)는 만물(萬物)의 단 하나도 생성되기 이전이라고 볼 수 있는 공(空-에너지, 氣로만의 차원)도 생기기 이전부터 있어야만 그 자리(虛)에 나중에 공도, 물도 자리잡을 수 있으므로, 존재의 본원이고 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허(虛)가 있어서(있어야) 모든 공(空-에너지, 기)이 그 에서 나올 수 있어서 나와서, 그 공(空-에너지, 기)에서 만물이 생하게 된 것 이라 할 수 밖에 없다.
지금으로선 경험적이나, 과학적인 확인은 불가능 하지만, 적어도 논리적으로는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본다.
그래서 나는 허(虛)야 말로 창조주요, 유일신 이라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여기서 말 하는 허(虛)를 창조주, 하나님, 하느님, 유일신, 절대자 등등의 그 어떤 이름을 붙이는가는 중요한게 아니다.
하물며 사람이 그(虛의) 실체를 아느냐, 어떻다고 아느냐도 그 허(虛)에게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 이고....
두 번째 차원은 공(空-에너지, 氣) 이다.
소위 기체라고 하는 것 이전의 기 상태가 공 이다.
중국식 문자로는 공(空)이나 허(虛) 모두가 비었다는 뜻 이지만, 여기서는 불가(반야심경)에서 말 하는 공을 에너지, 기를 지칭하는 것 이라고 쓰고자 한다.
이 공(空)의 변화하는 흐름을 말 하자면, 그 어떤 관학적 기구로도 관찰이나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의 초미립자(현대의 과학 수준으로는 있다고 증명도 못 하고, 없다고 확신도 못 하는 정도의 그 무엇) 상태에서, 그 입자와 파동들이 결합하여 좀더 큰 입자로 변화하고(기체화), 그 것이 다시 더 큰 입자로 결합하여 (액체화) 비교적 오래 굳어 졌다가(고체화) 다시, 액체화, 기체화 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기체에서 급속히 고체화로, 고체에서 급속히 기체화로 변화하기도 하면서 그 과정에서 갖 가지의 물(物)로 생주이멸 한다.
세 번째 차원은 물(物) 이다.
대체로 육안으로 보이고, 손으로 접촉이 가능한 것을 물, 물건, 사물이라고 한다.
그 상태를 물질적 현상, 그 변화의 이치를 물리법칙, 화학법칙이라고도 하고...
그런데 이미 아시겠지만, 이 물(物)과 앞의 공(空)은 다른 것도 아니고, 분리된 것도 아니다.
그런 뜻이 바로 색즉시공(공즉시색)이니, 사물이 곧 기(氣)이고 기가 곧 사물이다는 뜻 이다.
또 색불이공(공불이색)이니, 사물과 기가 둘(따로)이 아니라는 뜻 이다.
이상은 존재의 실상에 관한 탐구적 결론이고, 이와 혼동하지 말아야 할 유(有)와 무(無)에 대하여 언급해 두고자 한다.
유(있다)와 무(없다)는 그 자체로는 상대적인 -서로 짝인- 말에 불과하다.
그 무엇이라는 특정을 전제로 하여 유,무를 말 할도 역시 그 것은 존재 상태에 관한 말 이지, 그 이상(이외)의 존재는 아니다.
다시 말 해서 무엇이 있다거나 없다거나 하는 말이 있건 없건, 그 말대로의 존재가 있거나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 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걸 오해하고 혼동하지만, 말은 말 이고 사실은 사실이니 정확하게 구별해서 알 필요가 있다.
물론, 말과 사실을 혼동하는 덕분(?)에 믿음이라는 기괴한 정신 작용이 발생하여 정보의 교류와 의사소통에 매우 큰 순기능을 발휘하는가 하면, 그에 상당하는 역기능의 부작용 또한 결코 작지 않지만....
모두가 허무하다, 모든 게 허무하게 끝났구나, 누구나(무엇이나) 허무로 돌아 간다는 말이 전혀 틀린 말도 아니고, 전적으로 맞는 말도 아니다.
인간의 몸 자체가 언제나 허(虛)라는 본원의 바탕에서, 그 (虛)에서의 작용으로 나온 공(空)이 변화하여 흘러가는 바, 그 과정에서 의식이 생기고, 그 본성(허가 공을 조작하여 체로 창조해 놓은 하드 웨어)에 순응하면서 의식을 알고 다루는 기능인 정신이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상과 같은 존재의 세 가지 차원을 먼저 알아치리는 일 에는 몰라서 소홀하면서, 진실로는 별 소용도 없는 것을 지나치게 탐 하는 의식에 사로잡혀서 저 괴롭고, 주인도 불편하고, 마음도 불평하게 내버려둔 채 헤매는 정신, 그 것도 과연 정신(精神)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