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말, 언, 어, 언어라고 하는 것도 엄연히 하나의 (낱)말 이다.
말, 언, 어, 언어가 같은 뜻 이라면 그냥 통털어서 말 이라고 하거나, 언 이라고 하거나, 어 라고 하거나, 언어라고 하거나 하나로 통일(단일화)하여서 쓰는게 편리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사람들이 그 네 가지를 실제로 쓰는 것을 보면, 구별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보편적으로 정립된 뜻이 없고, 공식적으로 정립된 뜻도 없다고 해도 뭔가 다른 뜻이 있거나, 있을 수 있기에 (복잡하게도) 그 네 가지를 모두 사용하고 있다.
말 하시오.
언감생심이오.
어감이 좋지 않소.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셔야 합니다.
그렇지만 위의 경우에 말, 언, 어, 언어가 어떤(다른?) 뜻 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하에서 내가 구별해서 정의해 보고자 하는 것은 필자 나름의 창안이지, 그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다.
다만, 그렇게 구별하는 목적이랄까, 실익이랄까도 작업의 과정에서 드러내리라.
[제1] 말은 내(정신)가 두뇌(의식계)를 상대로 하는 질문, 명령, 설득이다.
두뇌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입으로 소리를 내지 않음이 본래의 말 이지만, 입으로 소리를 내거나 글자로 써도 말 일수 있다.
다만, 그 누구에게도 아닌 자기의 두뇌를 상대로 한다는 점이 그 특질이다.
[제2]어(語)는 전 5식(색성향미촉과言,文을 포함한다)을 인간들이 합의한 소리기호로 변환되어 두뇌 속에 저장되어 있는 상태인 것을 칭한다.
예컨대, 눈을 거쳐서 두뇌에 저장된 무지개의 모습과 색갈(이를 眼識인 色이라 한다)이 그 사회의 공통어로 저장되어 있는 것을 어(語)라 하고자 한다.
[제3] 언(言)은 어(語)가 표현된 것(소리, 문자)을 칭한다.
두뇌에 그냥 저장된 상태는 어(語), 그 것이 외부로 표현된 것이 언(言)이다.
원칙상 언과 어는 같은 것의 형식상 차이밖에 없지만, 언(言)은 표현자의 것 이지만, 듣는 자에게는 그게 어(語)로, 해당 식(識)으로 형성되어야 하고, 형성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예컨대, 내가 내 두뇌 속의 인물(정보)에 붙은 이름 김철수라는 어(語)를 "김철수"라고 표현하면 언(言)이고, 그걸 듣는 사람의 두뇌에 "김철수"라는 어(語)로 저장되면서, 그 이름에 해당되는 인물의 이미지(정보)가 식(識)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단적으로 내가 무지개를 본 정보(識)에 "무지개"라는 어(語)가 붙어 있다가, 입으로 "무지개'라는 소리로 나가고, 그걸 당신이 듣고 두뇌에 "무지개"라는 어(語)가 생기면서, 그 상징인 무지개의 이미지가 정보(識)로 형성되는 것 이다.
표현자측의 표현과정과 청취자측의 수용과정이 역순으로 전달되는 것 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표현상 오류, 수용상의 오류가 다소간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표현자측의 식(識),어(語), 언(言)의 불일치도 있고(개를 게 라고 기억되었다가 표현되는 것이 그 예이다)
또 청취자측의 언(言), 어(語), 식(識)의 불일치도 있다.(게 라는 소리가 개라고 입력되어 개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이 그 예이다)
그래서 사람들끼리 언어를 정확하게 구사(표현, 수용)하는 일이 쉬운 것 같으면서 엄청난 문제의 소지들도 잠재해 있는 것 이다.
이 글의 핵심은 -주로 사람과 사람끼리 주고 받는- 언어가 아니라, 나(정신) 자신이 두뇌의 의식층에게 주는 말 이다.
그 대분분은 외부로는 나오지 않는(소리없는) 침묵같은 말(默言) 이다.
의식계를 향하여 너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하는 것이 기본적인 말 이다.
그리고 의식계에서 나오는 (역시 침묵의) 언어에 대하여 묻기를 반복하거나, 어떤 판단이나 결정을 해 주는 것도 나의 말 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신의 말 없이, 의식적인 언어에만 빠져서 살고 있지만....)
지금부터 독자님 께서는 "말이 많을 수록 좋다"는 주장을 수긍하시리라.
순수하게 맑은 정신으로서, 두뇌에서 소란스럽게 일어나는 언어를 지혜롭게 다스리는 말을 -그럴 필요가 해소될 때 까지는- 많이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