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血緣)으로 맺어진 인간관계를 천륜이라고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이다.
그 사이(間)에 (위로의) 효도, (아래로의) 자애(慈愛)를 성실히 실행,
실현해야 마땅하다는 것이 소위 당위적(當爲的) 천륜의식이다.
그런데, 그 사이(間)에 위(上)로의 불효, 아래(下)로의 학대가 극심한
경우도 있다.
그럴 때 나오는 소리들이 있다.
1). "부모가 아니라, 자식이 아니라 악마이고 원수이다, 그러니 관계를
끊어야 한다" 하는가 하면,
2). "그래도 천륜을 어찌 끊냐고, 참고 견디면서 제 도리는 다 해야지"
하기도 한다.
그런데 위의 1) 에서는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하는데, 2) 에서는
"천륜"을 끊을 수 없다고 한다.
알핏 알기로는 관계와 천륜을 같은 뜻으로 알고, 두 주장이 상반되는
것으로 해석하여 다투기도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현실적인 "관계"와 인간으로선 어찌 할 수 없는 본래의 "혈연"의
뜻을 구별하고 혈연은 끊을 수 없지만, 후천적 관계는 일방적으로건 합의를 거쳐서건
끊을 수도 있고, (새로, 다시) 맺을 수도 있다고 본다면 결코 다툴 일이 아니다.
늙은 부모에게 재산을 내 놓으라고 폭력을 휘두르는 패륜 자식을 상대로 천륜을
끊을 수는 없어도 인간관계(人倫)는 끊어야 마땅하다.
그럼으로써 그 부모와 딴 자식을 보호함은 물론이고, 결국은 그 패륜적 의식에
지배당하여 자기 인생도 해치는 그 불효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패륜을 자행하는 자식에도 자애의식이 있는 부모라면 어떤 선택이 과연,
그 불효자에게 진정한 도움이 될까를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마치 마약과 같은 "천륜"이라는 윤리의식에 빠져서, 부모인 자기를 해치고,
딴 자식들을 해치고, 더 나아가서 결국은 그 패륜자 스스로까지 해치는 작태들을
간혹 보게 된다.
이상은 천륜을 빙자하여 자식들을 못 살게 구는 부모와의 관계에도 꼭 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천륜이니, 인륜이니 하는 고정관념으로 상대를 무자비하게 지배하려는
악마같은 의식의 소유자가 천륜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1). 진지하고 성실한 대화로 진정한 [천륜]을 구현하는데 협조하기로 하되,
2). 일방이 "천륜"을 빙자하여 패륜적 주장을 고집한다면 후천적인 관계를
끊기로 합의(합의가 안 되면 일방적 결정과 통고) 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본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는 말라"는 말의 뜻에 비중은 어디에 있을까?
첫째 "죄를 미워하라"는 말에 둔다면 그 죄의식과 그걸 다룰 책임이 있는 그
사람의 정신을 가벼이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죄와 그걸 다루는 정신에 대한 용서는
죄에 도움을 주는 악행이므로)
둘째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말에 둔다면, 그 사람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방법(그 중의 하나가 죄를 미워함이다)을 선택해야지, 엉터리 사랑(죄를 가벼이
용서함도 그 하나)을 주장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인류가 한 조상으로 부터 나왔다고 보는 주장으로는 만인의 천륜도 당연
하다.
사람이 사람을 위해서 도움되는 일을 해야지 해로울 일을 태연히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