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是非),
어떤 사물의 존부나 상태에 관하여(對하여가 아니다) 두 사람 이상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면서 서로가 상대나 타인을 향하여 '내 말이 사실(是)이고, 저 사람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다(非)"하고 다투는 것 이다.
모든 시비는 자신에겐 시(是-), 상대에겐 비(非)라는 형식으로만 발생한다.
자신에게 비, 상대에게 시라 하는 경우는 상대와 같은 주장이므로 대립이 생기지 않는다.
물론, 특이하게 서로가 서로를 향하여 "내가 비, 네가 시" 하면서 대립하는 경우가 있을 순 있지만......
호오(好惡),
어떤 사물의 존부나 상태를 그와 다른 사물이나 상태에 비하여 낫다(好-좋다)고 하면, 그 사물이나 상태와 비교된 상대는 저절로 못 하다(惡-나쁘다) 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 비교의 상대를 다른 사물이나 상태로 바꾸게 되면 좋다고 하던 것이 나쁘다로도, 나쁘다 하던 것이 좋다로도 바뀌게 된다.
상대적 비교와 평가의 결과이기 때문에, 상대를 바꾸면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가부(可不),
어떤 시비나 호오의 판단이 옳으냐(可), 그르냐(不)를 다른 차원에서 평가한다.
시비, 호오가 어떠하더라도 그 것에 대한 가부판단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내려질 수가 있다.
주장이 사실과 같더라도, 그런 사실을 표현하는 것이 그르다 할 수도 있고,
주장이 사실과 다르더라도, 그렇게(거짓으로) 표현하는 것이 옳다고 할 수도 있다.(예 : 환자를 상대하는 의사, 병사를 거느리는 장군의 경우)
또 어떤 사물이나 상태가 좋다고 여겨지고 있어도, 그걸 좋다고 여기는 것이 그르다 할 수도 있고, 나쁘다고 여겨지는 것도 옳다고 할 수도 있다.
(예 : 남의 배우자를 좋다할 때, 남의 배우자를 좋아함은 나쁘다고 할 때)
그런데 시비의 차원은 사실이라고 표현된 말에 부합되는 사실이 실제로 있느냐, 있다면 어떻게 있느냐를 직접 확인하기 전 에는 그걸 사실(是)이라고 하는 주장이나 사실이 아니(非)라고 하는 주장이나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 사실을 대하여 확인하는 것이 시비의 정상적 해결책이다.
그렇지 않는 그 어떤 방법도 해결을 가장하는 비정상적인 (非?) 해결책이다.
반면에 호오의 차원은 대상(어떤 사물의 존부나 상태 자체인)사실과는 전혀 상관이 없이, 의식계에 있는 그 정보(識)가 무엇(다른 정보인 識)을 기준으로 하여 비교, 평가되고 있느냐에 따라서 정해지는 것 이다.
예컨대 이번 달에 받은 봉급 300만원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지만 그걸 두뇌 속에서 600만원과 비교하여 평가하면 못 하다(惡-나쁘다)는 의미(意)가 발생하고, 그 기준을 150만원으로 바꾸면 낫다(好- 좋다)는 의미가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동일한 대상의 호오에 관하여 의미의 대립은 무엇과 비교, 평가하여서 그렇느냐를 서로 밝히고 확인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렇지 않고 무조건 좋다, 무조건 싫다는 식으로 상대의 동의를 추구하여 설사 동의하는 형식을 얻는다 쳐도 그건 비정상적인 해결책이다.
마지막으로 가부(可不)를 구별하는 기준이야 말로 어렵다면 참으로 어렵고, 쉽다면 너무나 쉽다.
시비나 호오의 어느 쪽이건 제 마음대로를 옳다(可)고 하면, 단순해서 쉽고, 제 마음에서도 저항이 없으니 내부적으로도 일응 평안하다.
그렇지만, 제 마음대로를 옳다(可)고 따르는 일이 실제로는 복잡하고, 어렵고, 힘 들고, 불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다.
게다가 제 마음과 다른(상반되는 것 포함) 시비, 호오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동의를 받기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사 형식적으로나마 동의를 받더라도 그게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하니......
그래서 나는 가부의 기준을 사람의 본성과 세상의 이치(변화의 법칙)에 부합되는 것 이라는 근본적이고 엄정한 단일의 기준을 제안한다.
첫째 있는 그대로를 주장하고, 없는 것을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매우 제한적으로 허위 사실을 주장하는 것을 허용하더라도, 그건 사람의 본성을 위하는 경우에 한한다.)
마찬가지로 직접 접촉하여 아는 것이 아니라면 사실이다, 또는 (사실이) 아니다는 주장으로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이럴 때, 시비는 거의 발생하지 않고, 발생한 시비의 해결도 쉬워 진다.
둘째, 자기의 본성과 세상의 변화하는 이치(진리라 약칭)를 그대로 좋다고 여기고, 그걸 부인하거나 은폐, 배척하(려)는 모든 인간적 의식을 나쁘다고 여긴다.
나중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