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 본성과 세상의 이치를 조화롭게 연결시키고, 나아 가 인류사회는 물론이고 우주 만물계가 두루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탐구해 내는 능력의 정도에 따라서 사람을 현자, 범인, 바보의 세 종류로 분류해 볼 수도 있으리라.
범인(凡人)은 글자 그대로 무릇, 대개의 사람이라는 뜻 이니 대부분이 여기에 속 한다.
그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자도, 바보도 아니다.
현자는 그 정신적 능력(지혜)이 특별히 우수한 소수의 사람이고,
바보는 그 능력이 특별히 저열한 소수의 사람이다.
그렇다면 현자, 범인, 바보를 구별하는 공통적인 기준은 어떻게 세울까?
다음과 같은 하나의 기준을 제시해 보이고자 한다.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그가 바라지만(희망) 되지 않는 일과 되는 일의 두 가지가 있다.
그가 하고싶어(욕망) 하지만 할 수 없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두 가지가 있다.
그가 하기 싫다(호오, 당부당) 하지만 해야 하는 일과 하지 않아도 괜챦은 일의 두 가지가 있다.
위의 세 가지 차원에 등장하는 양면적 구별에 대하여
"그래, 그렇다" 하는 사람은 범인에 속한다.
당신(독자)은 어떤가요?
바라는대로 안 되는 일이 있고, 그래서 실망도 하나요?
하고 싶은대로 못 하는 일이 있고, 그래서 가슴이 답답한 경우도 있나요?
하기 싫은데도 해야 한다고 하는 일이 있고, 그래서 가슴에 불평이 쌓이나요?
이상의 질문에 조금이라도 그렇다고 여겨지면 당신은 범인에 속한다.
위의 질문에 그런 일은 -거의 모두가 그렇다고 할 정도로- 너무나 많다고 여겨지면 당신은 바보에 속한다.
대부분의 사람들(범인)은 그렇게 까지 많다고는 여기지 않으니까....
위의 질문에 그런 일은 전혀 없다고, 그런 일은 전혀 유익한 쓸모가 없다고, 그래서 그런 일은 나의 일로는 커녕, 아예 일 이라고도 여길 것이 아니라고 알아차린 사람은 현자에 속한다.
대부분의 사람들(범인)은 그렇다는 것을 깨달아서 알지 못 하니까.....
현자의 대답을 좀 더 풀이 해 보자.
안 되는 것을 바라면, 바라는 대로 안 되어서 최소한 속이 상한다.
내가 바라지만 안 되므로, 나 에겐 안 되는 일 이라고 아는 정도로도 귀챦다.
그러니, 아예 일 이라는 이름, 말은 물론이고, 두뇌 속에 가상(상상적인 識)으로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무익, 유해하다는 것이 확실하다.
그러니, 현자에겐 그런 일 이라는 것 자체가 없는 것 이다.
그러니 바라는 대로 안 되는 일이 자주 있다는 범인이나, 그런 일이 너무나 자주 많이 생기는 바보들이 겪는 마음의 고뇌, 정신적 속박, 생활상의 부조화를 현자가 어찌 겪으리오.
하고싶으나 할 수 없는 일도 마찬가지다.
할 수 없는 일은, 내가 할 수 없는 일로는 물론이고, 아예 일 이라고 의식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못 하는 일이라는 게 어찌 있으랴.
하기 싫으나 해야해서 하는 일도 (역으로 보면) 마찬가지다.
해야 하는 일 이라면, 그 것에 "하는게 못 하다, 나쁘다"는 등의 의미(의견, 의욕, 억압적 의지등의 씨앗)를 붙이는 것이 내부에 전쟁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
하기 싫다도 내 마음이고, 해야 한다도 내 마음인데, 그 둘이 모순적 관계(하나가 존립해 있으려면 그와 반대인 것은 소멸되어야 하는)이니 내부적 전쟁은 어찌 피하랴.
바보는 이런 전쟁이 너무나 자주 많이 발생한다.
범인은 그 정도는 아니라도 그런 전쟁을 겪기는 한다.
그런데 현자는 그런 전쟁은 커녕, 그런 기미조차 발생하게 두지 않는다.
어떤 일을 하느냐 마느냐에 따라서 발생할 효과를 예상하고, 평가하는 일을 혼자서 하는 것은 정밀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대립하는 두 결론에 도달할 수는 없는게 정상이다.
그런데 바보에게는 그런 비정상적인 일(냇적 갈등)이 너무나 자주 많이 발생하고, 범인에게는 간혹이나마 그런 일이 발생한다.
그러나 현자는 그런 일이 얼마나 어리석음의 소치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와 같은 모순적인 의식이나, 비정상적인 평가는 아예 생길 여지도 없게 한다.
하는 게 유익한 일 이라면 하는 게 좋지 않다, 못 하다, 나쁘다, 싫다는 등의 의미어가 추호도 붙지 않게 한다.
반대로 하는게 유해한 일 이라면 하는 게 좋겠다, 낫겠다, 하고 싶다는 등의 의미어가 추호라도 붙지 않게 충분한 정지작업(마음, 특히 의미 다루기)을 해 두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라도 현자가 될 자질을 본래 부터 항상 지니고 있다.
범인이나 바보들은 단지, 스스로 자각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마음의 일부를 자신과 동일시 하고, 마음으로 아는 세상을 곧 세상 그대로라고 착각하는 맹신에서 깨어나려고 하지 않을 뿐 이다.
충분히 현명할 수 있는 이 글의 독자여 !
그대는 안 되는 일도, 되기를 바라지나 않는가?
자신이 할 수 없는 일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없는 가?
하는 게 유익할 일을 하기 싫다는 마음, 하는 게 유해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붙어 있는 경우는 없는가?(하긴, 하는 게 유익할지, 유해할지도 모르고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