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이름지워 진 것 에는 사실적인 것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는 것도 있다.
여기서 사실적인 것 이라고 함은, 감각기관이나 그와 유사한 도구로 접촉이 가능한 것을 뜻 한다.
좋은 인연이란 것도 하나의 (유사한)이름이다.
그렇다면 좋은 인연은 사실적인 것 인가, 비 사실적인 것 인가?
어떤 부부를 좋은 인연으로 만나서 함께 사는 사람들이라고 한다고 가정하자.
그 두 사람을 아무리 보고, 듣고, 만져 보아도 좋은 인연이라 할만 한 사실을 발견할 수는 없다.
단지 "좋은 인연"이라는 말 소리만 들을 수 있을 뿐, 그 이외에 특별히 좋은 인연이라고 부르는 것이 없다는 것이 확인된다.
인연을 말 하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연을, 그 말의 뜻을 모른다.
그저 인연이 인연이지, 연분이지 하는 정도로 알 뿐 이다.
원래 인연은 마음을 탐구하는 불교에서 나온 용어이다.
사물이나 현상의 변화를 인(因)과 연(緣)과 과(果)로 구별하여 파악하려는데서 만든 말 이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 결과가 있다면 원인이 있었다는 것을 인과론이라 하고,
어떤 사물 자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원인, 다른 사물이 개입하는 것을 조건, 그 둘의 결합으로 발생하는 변화를 결과라 하는 인연과론도 있다.
사람끼리의 인연이라고 할 때는, 특정인의 의식(그 중에서도 意 부분)을 인분(因分-원인), 그 인분에 반영되는 타인의 상태를 연분(緣分-조건)이라고 한다.
연분이 맞느냐, 좋으냐 하는 기준이 바로 인분이고, 그 인분에 맞느냐 또는 그 인분에서 좋다고 하느냐가 연분이다.
그런데 자기의 마음은 인분이고, 타인의 마음이나 상태, 행동은 연분이라 하지만, 그 상대방에서는 오히려 저의 마음이 인분, 이 쪽의 마음이나 상태, 행동등이 연분이 되는 것 이다.
때문에 갑이 을에게 "연분이 맞다, 좋다"고 하는 경우에도, 을은 갑 에게 "연분이 안 맞다, 나쁘다" 하는 수도 얼마던지 있는 것 이다.
사람들의 연분관(?)은 대체로 편협하고 일방적이다.
자기 마음이라는 것이 인분으로 작용하여 상대의 연분을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모른다.
상대방이 좋아서 연분에 맞거나, 상대방이 나빠서 연분에 맞지 않는게 아니라는 것을 모른다.
제 마음이 상대방을 좋다해서 연분에 맞다 하는 것 이고, 상대방을 나쁘다 여겨서 연분이 어긎난다고 하는 것 이다.
고로 인연이 아니니, 인연이 조화롭지 않느니 하는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는 크게 세 가지 방향이 있다.
내 마음을 점검하기, 상대방의 상태를 개선하기, 서로의 마음과 상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기의 셋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