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어때요, 좋아요?
이와 비슷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드물지 않게 듣는다.
어떤 뜻 으로 묻고, 어떤 뜻 으로 반영되어 답 할까?
사람의 두뇌에 저장되는 정보(識) 중에서 말을 전5식( 색성향미촉) 다음의 제 6식이라고 한다.
전5식을 사람의 입 으로 내는 소리로 특수하게 기호화 한 것 이라는 점에서, 전5식과 내용에서 유사하면서 성질로서는 전혀 다른 식(識)이다.
색(모양과 색갈)이나 성(소리)은 질적으로 다른 정보이지만, 그걸 소리로 변환하여 표현하는 언어(語識)로서는 질적으로 같은 것 이다.
냄새를 표현한다는 말 이나, 촉감을 표현한다는 말 이나 말 이라는 점 에서는 같듯이.
남편 어때요, 좋아요?
필자가 이런 제목을 달아 놓고서 전5식이니, 제6식이니 하는 것은 그 뜻을 제대로 밝히지 않으면 표현이나 뜻 풀이에 혼란이 많다는 것을 미리 말해 두고자 함 이다.
말 에는 정보(識)를 표현하는 말(제6識-서술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보와 정보가 비교, 평가된 것이 표현되는 말(意-의미어)도 있다.
예컨대 "앞 사람은 홍길동이고 얼굴이 희고, 키가 180이다" 하는 것과 "뒷 사람은 얼굴이 검고 키가 150이다" 하는 것은 제6식(서술어)이지만 "앞 사람이 뒷 사람보다 얼굴이 희고, 키도 커서(여기까지가 서술적 비교) 좋다고 하는 것은 비교적 평가인 의미이다.
전 5식(識)중 그 어떤 식도 서술어(제6 語識)화가 가능하지만, 그 한 개 단위의 식(識)만으로는 의(意)가 발생하지 않으니, 의가 붙은 의식이 되지 않는다.
앞의 예의 경우, 앞 사람과 뒷 사람을 비교하여 평가하지 않는다면 "희어서, 키가 커서 좋다"거나 "검어서, 작아서 좋지 않다"거나 하는 의미어(意)가 생겨서 붙는 일은 없다.(본 그대로 말 할뿐이다)
자, 이 정도에서 준비작업을 그치고 "어때(요), 좋아(요)"라고 하는 말은 서술어(語識)의 표현일까, 의미어(意)의 표현일까?
남편의 있는 그대로가 어떠하냐고 묻는 뜻 이라면 서술을 요구하는 것 이고, 좋으냐 여하를 묻는 것 이라면 의미를 대답해 달라는 것 이다.
"몸 건강하게 별 불평, 불만없이 독서와 글 쓰기로 지내고 있소" 하는 대답은 서술이고,
몸 상태가 좋고, 마음상태도 좋고, 사는 것도 즐거운 것 같소" 하는 대답은 의미적 표현이다.
그런데 서술적 표현은, 표현과 거의 일치하는 감각적 사실이 있는지 여하만 감각적으로 확인하면 되지만, 의미적 표현은 숨어있는(표현되지 않은) 또 하나의 기준사실을 밝히지 않고서는 그 의미를 확인할 수가 없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갑이 월급 300만원을 받는다"는 서술어는 그게 사실과 일치하는지 여하만 확인하면 그만이지만 "갑은 300만원이라는 적은 월급을 받는다"는 의미어는, 왜 300만원을(그 사람의 능력에 비해서? 다른 누구의 봉급액 얼마에 비해서?등 무엇과 비교하여) 적다고 하는지를 밝혀야만 하는 것 이다.
자, 여러분이 "남편 어때요, 좋아요?" 하는 질문을 한다면 어떤 뜻 으로 하겠는가?
또, 그런 질문을 듣는다면 어떤 뜻으로 묻는다고(대답해 달란다고) 여기겠는가?
당신 남편의 몸(건강) 상태는 어때요, 좋아요? 라고,
당신 남편의 마음(평안, 만족도등) 상태는 어때요, 좋아요?라고,
당신 남편의 삶이 순탄하고 보람찬가요, 아닌가요?의 뜻 중 그 하나라고 표현하겠는지요?
아니면, 그 셋 모두라고 표현하겠는지요?
그런 질문을 듣고도, 그 질문의 뜻을 위의 어느 것 이라고 여기시려는지요?
위의 질문과 대답의 뜻 말고도 그에 못쟎은 또 다른 측면이 있다.
바로 -남편이 아니라- 남편에 관한 그대의 대답을 요구한다는 점 이다.
저 위의 것이 남편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 같지만, 그건 터무니 없는 착각이다.
남편 자체라기 보다는, 남편에 관한 아내의 관찰과 평가를 묻고 답하는 것 일수 밖에 없다는 것 이다.
그래서 차라리 직설적으로
남편의 몸(건강)으로 인하여 당신의 몸은, 마음은, 인생은 어떤가요, 좋은가요?
남편의 마음으로 인하여 당신의 몸, 마음, 인생은?
남편과 함께 하는 당신의 인생은 어떤가요, 좋은가요? 하는 뜻 으로 묻고 답하는 것이 명쾌하지 않을는지.....
이런 문답을 하다 보면, 상대방의 그대로를 조건(緣)으로 삼는 자기의 마음(因-원인)과 , 그로 인하여 상대방과의 사이에서 발생하여 양 당사자와 주변에 파급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계기가 된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하나의 가상 사레를 예시하고 마치고자 한다.
당신의 남편은 어때요, 좋아요? 하는 질문을 그 녀는 다음과 같은 뜻 으로 이해하고 답하였다.
남편의 몸 건강해요, 마음도 불평이나 불만이 전혀 없으니 평안하고 기쁜것 같아요, 그러니 나랑 함께 사는것이 좋겠지요.
남편은 나의 몸을 별로 돕거나 방해하지 않아요, 내 마음을 거스르는 일도 없지만, 특별히 기쁘게 해 주는 일도 없고요, 나야 그런 남편과의 삶이 그저 그렇고 그래요.
그런 문답이 있었던 한달 후에 그 녀의 남편이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몸의 보이지 않는 부분이 심각하단다, 그의 일기장에는 아내를 기쁘게 해 주려는 처절한 마음고생의 기록들로 가득하고.
그 녀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한 달 전의 문답에 관하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