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365

고민해소법 처음이자 마지막.

나 아닌 내 2012. 9. 14. 14:45

고민(苦悶)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는,

"① 마음으로 괴로워하며 속을 태움 ② 마음으로 괴로워하며 속을 태우게 되다"라고 풀이(苦悶을 번역)해 놓고 있다.

고민(苦憫)이란 단어도 "마음속으로 괴로워 하며 근심함, 마음속으로 괴로워 하며 근심하게 되다"라고 할 것 같고......

 

필자는 고민을, 괴로움(苦)과 근심이나 번민(憫, 悶)이라는 두 단어의 합성이라 여기련다.

근심(번민)은 조건(緣)이고, 괴로움은 결과(果)라고.

그렇다면, 근심을 조건이게 하는 원인(因)은 무엇인가? 

 

대체로 그 원인은 명백하게 알려 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고민을 느껴서 아는 내 자신도, 그 원인을 제대로 모르는 수가 많다.

그래서, 알려진 조건(근심, 번민)이 마치 원인인 것 처럼 알고 그 결과와 더불어 인과(因果)를 아는 것 처럼 오해한다.

인연과(因緣果)를 제대로 모르고, 연과(緣果)를 마치 인과(因果)인 것 처럼 오해하는 것 이다.

 

예컨대, 갑돌이는 갑순이를 매우 좋아하고 온갖 애와 기를 써서 갑순이의 호의를 유발하려 하지만 갑순이는 병돌이를 좋아할 뿐 요지부동이다.

"갑돌이 마음엔 갑순이 뿐인데, 갑순이는 냉랭하기만 하여 너무나 답답하고 괴롭다"는 경우에 마지막의 괴롭다(果)는 쉽게 알겠는데, 그 원인이 과연 무엇일까에 관하여는 "갑돌이에게 냉랭한 갑순이 때문"(그게 원인)이라고 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런 갑순이를 무턱대고 내 사람으로 만들려는 욕망 때문"(그게 원인) 이라는 사람도 있다.

 

여기서 둘 다를 원인이라 하더라도, 근본원인과 파생원인으로 구별해 볼 수가 있다.

그런 다음에 근본원인이 없으면 파생원인은 있을 수 없고, 근본원인이 먼저 있어야만 파생원인도 생기는 것 이라고.

또, 그런 다음에 근본원인만을 원인(因)이라 하고, 그 것에서 나오는 제2의 원인이랄 수 있는 것을 조건(緣)이라고 구별해서 칭하자고.

 

위의 사례에서 갑순이를 좋아하는 갑돌이의 마음(因-원인)이 먼저 없으면, 갑돌이에 대한 갑순이의 태도를 "갑돌이를 좋아하지 않아서"를 조건(緣)으로 삼는 일이 발생할 수가 없다. (그렇쟎은가?)

인연(원인과 조건의 결합)이 성립되려면 먼저 원인(因)이 있어야 하고, 그 원인이 적용될 대상이 있게 되어야 조건(緣)이 갖춰져서 인연이 성립된다.

그러니 원인없는 조건도, 원인없는 결과도 발생할 수가 없다.

 

여기서 말 하는 원인, 조건이라는 말의 모두가 사람의 두뇌속에 형성된 어떤 마음을 지칭하는 이름 이상도, 이외도 아니다.

사람의 두뇌 바깥 그 어디에도 -원인, 조건,결과라는 말(글)은 있겠지만- 그 말 이외의 무엇도 없다.

다만 괴로움이라는 말만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실제로 괴로움이라고 느껴지는 경험이 있는 경우도 있으니 잘 구별해서 알아야 한다.

 

인연과(因緣果)에서 사람이 문제삼는 첫번째 동기가 대체로 괴로움이라는 결과(果)이고, 그걸 해소하려고 찾다가 가장 먼저 알게 되는 것이 주로 욋적인 현상인 조건(緣)이고, 가장 나중에 상당한 내면적인 탐색을 거쳐서야 알게 되는 것이 자기 의식계의 욕망(意慾)이다.

여기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괴로움의 진정한 원인(제 욕망)을 모르고, 그 에서 투사되어 파생되는 조건에 불과한 욋적인 현상이 마치 진정한 원인인 것 처럼 오해하는 원인이 어느 정도는 짐작되리라 여겨진다.

 

위의 사례에서 갑돌이의 괴로움, 그 원인은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 갑순이를 무턱대고, 지속적으로 탐하는 마음이지, 그에 응하지 않는 갑순이가 조건이 아니다.

그런데도, 제 마음이 원인임을 모르고 제 마음이 투사된 갑순이의 냉대를 조건삼고 있을 뿐 이다.

 

자, 이 정도까지 이르면 사람이 겪는 그 어떤 -물질적, 육체적 고통은 제외하고- 심리적 괴로움과 그 연장으로서의 육체적 부작용도 그 자신이 해소하지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 자신이 조건삼고 있는 대상을 제 마음(욕망)대로 변화시킬 수 없다면, 제 마음만 무익유해하다고 알기만 하면 그만이니까.

 

그런데 "내 마음이 무익유해하구나..." 하고 아는 일이 쉽다면 너무나 쉽지만, 어렵다면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기도 하다.

단적으로 현명한 정신으로선 눈 한번 깜박이기 정도보다 쉽고, 우매한 정신으로선 지구를 옮기기 보다 불가능하다.

다만, 누구의 정신이나 본래부터 현명한 바탕으로 났지만, 깨닫기의 정도가 다를 뿐 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