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365

왜, 번뇌에서 벗어 나지 못 할까?

나 아닌 내 2012. 9. 15. 12:43

번뇌(煩惱), 중국(특히 전래된 불교) 문화에서 발생한 단어를 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은 우리 말로 풀이(번역?)해 놓았다.

(1)

마음 시달려서 괴로움. 또는 그런 괴로움.

"사랑이 만큼 번뇌도 크다".
(2)

[불교] 마음 괴롭히는 욕망이나 분노 따위 모든 망념() 이르는 .

"해탈 하려면 온갖 번뇌 끊어야 해".

 

번뇌건, 고뇌건, 번민이나 고민이건 사람에게 백해무익 하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버려라, 벗어나라고만 할뿐 만들어라, 가져라, 지켜라 하는 말은 거의 안 한다.

아주 드물게 (불교에서) "번뇌를 친구삼아서 깨달음을 얻어라" 하기도 하지만.....

 

그런데, 그 번뇌라고 지칭되는 것 들의 모두가 그 자체로는 사람에게 아무 이로움도 해로움도 주지 않는다.

오직, 그걸 두뇌 속에 품고 있는 그 사람의 정신이 다루기 여하에 따라서 그 정신 자신과 그 사람의 삶에 도움이 되거나 해로움이 발생하게 될 뿐이다.

 

번뇌를 잘 다루면 정신의 자유와 능력발휘가 신장되지만, 번뇌를 다루지 목 하거나 잘못 다루면 정신에 속박과 능력발휘에 장애가 발생하여 그 사람의 삶에도 장애가 유발되기 쉽다.

번뇌는 -딴 의식들과 마찬가지로-  정신에게는 다루어야 할 대상일 뿐 그 이상도, 그 이외도 아니기 때문이다.

 

"번뇌로 인하여 마음이 시달린다"는 말은 표현상 부적절하다.

번뇌가 바로 마음인데, 마음으로 인하여 마음이 시달다니....

고로 "번뇌로 인하여 내가(정신이) 시달린다"는 식으로 표현해야 올바르다고 본다.

 

"마음과 몸을 괴롭히는 욕망, 분노등 망념(妄念)" 이라는 말도 그 뜻이 애매 모호하다.

번뇌를 다스리지 않기 때문에, 몸에 장애가 발생했다고 그걸 잘 다스리라고 내부에서 (주인이?) 마음(진실로는 내 자신)에다 채찍(?)으로 괴로움을 주는 것 이지,  번뇌 그 자체가 사람의 정신이나 몸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다.

 

번뇌는 그 이름을 뭐라고 하건, 두뇌속 의식계에 있는 의식(들)이지 그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다.

고로, 그 의식계와 서로 -건늘(서로 오고 갈) 수가 없이- 마주해 있지만, 그 의식계와 따로 있는 내 자신은 그 것을 집착하거나, 그 것에 사로잡힐 수 없다.

단지, (비유하자면) 영화관의 관객과 영화속 장면의 관계와 유사하다고나 할까......

 

내가 영화의 그 어떤 장면(들)을 좋다고 보고싶어 하고, 그대로 현실화 되어야 한다고 절절히 원하거나 않거나 그 것은 오직 그대로의 영화속 장면일 뿐이다.

그 어떤 장면(들)을 나쁘다고 보기 싫어하고, 그게 없어지겠금 실현되어야 한다고 절절히 원하거나 않거나 역시 영화속 장면일 뿐 이다.

 

내가 영화속으로 더 가까이 들어 갈 수가 없고, 영화속 장면이 내게로 더 가까이 올 수도 없다.

그러니 잡을(집착할)수도, 잡힐 수도 없고, 갇힐 수가 없으니 벗어 날 수도 없다.

속박하거나 속방당할 수가 없으니 그 해방(해탈) 또한 있을 수가 없다.

 

이 사람의 두뇌 속에 있는 의식계(영화 필름과 영상물)와 내 자신(정신신경)의 관계가 위와 거의 그대로 같다.

내가 어떤 의식(그 것에 고뇌, 번뇌, 고민이라는 이름으로 지칭하는)을 잡을 수도, 그 것에 내가 잡힐 수도 없다.

내가 그 것을 가둘 수도, 그 것에 내가 갇힐 수도 없다.

내가 그 것을 속박할 수도, 그 것이 내게 속박을 가할 수도 없다.

 

자, 그런데도 사람들은

"번뇌를 (내가 가지지도 못 하는데) 가지지 말라", "번뇌를 버려라" 하고,

"번뇌에(내가 속박당할 수도 없는데) 속박당하지 말라", "번뇌로 부터 벗어나라, 해방되어라" 하고,

"번뇌와 (내가 서로 간섭하지도 못 하고 서로 제 할 일만 할 뿐인데) 결별하라, 해탈하라"는 등등의 말을 (소위 가르침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결과는?

번뇌를 실제로 가진, 그러다가 실제로 버린 사람이 있던가?

번뇌에 속박당하다가 벗어 난 사람이 실제로 있던가?

번뇌와 결별하고 해탈한 사람이 실제로 있던가?

말로만 있다고 자처하거나 주장하지 말고, 누구라도 알아차릴 수 있게 증명하는 사람이 있던가?

 

책을 읽다가 참고가 되거나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있으면 내가 단단히 기억해 두거나 따로 메모를 해 둘 수도 있다.

시간과 노력만 낭비되겠다 여기거나, 역효과나 부작용이 우려된다 여기면 덮어 버리면 그만이다.

책이 나를 책에다 붙들어 매거나 책으로 멀리 쫓아내지 못하는데, 내가 책에 집착하여 잡히거나 그 자릴 떠나지 못 해?

오직 내 스스로의 판단과 선택을 행사하면 그 뿐인데...

 

모든 번뇌라 칭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그 것을 확실히 파악하여 이 사람의 삶에 필요하고 유익한 부분이 있으면 유익한 방향으로 사용하고, 불필요하면서 유해한 부분이 있으면 해로움이 발생하지 않겠금 조치하면 그만이다.

그저 말로만 하는 일인데 그게 뭐 그리 어렵고, 힘들고, 심지어는 안 되기도 해?

 

오직 하나만 깨달으면 된다.

번뇌는 자기 두뇌 속 의식이지, 그게 그 이외로 실제 세상에 존재하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 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