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365

"마음의 주인"과 "마음에 대하는 주인"

나 아닌 내 2013. 5. 27. 11:02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와는 별도로 여기서는 다음과 같은 뜻으로 사용코자 합니다.

 

"마음의 주인"

사람의 두뇌 속에 있는 의식계에 주인공 처럼 자리잡고 있는 하나의 의식(들)을 지칭합니다.

예컨대 "나는 아무개와 결혼하고 싶어", "나는 그 인간을 결코 용서할 수 없어", "나는 세상이, 살기가 싫어" 등등입니다.

위의 예시에 열거되어 있듯이 마음(속)의 주인공은, 어떤 순간에는 하나만 등장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여럿이 한꺼번에 (번갈아) 등장하기도 합니다.

마음 속에 (마음의) 주인공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대한 주인"

마음(의식)을 상대하여 다루는 자(정신, 내 자신)를 지칭합니다.

어떤 마음이 떠 올라 있는지, 숨어(가라앉아) 있는지 아는 일을 하는 내 자신,

그(어떤) 마음이 실제의 사실과 어느 정도나 부합되는지, 살아감에 얼마나 도움이나 지장이 되는지를 점검, 확인하는 내 자신,

그(어떤) 마음에 대하여 의문, 보류, 승인, 개선, 무가치 선언등을 하는 내 자신이 마음에 대한 주인입니다.

 

마음의 주인과 마음에 대한 주인의 관계.

마음에 대한 주인 앞에서는 그 어떤 마음도 수단이나 도구일 뿐 결코 주인일 수가 없습니다.

마음 속의, 마음의 주인공도 마음의 일부일 뿐이니 (마음에 대한) 주인의 권능 앞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기괴한 일이 벌어집니다.

 

마음에 대한 주인이, 마음의 주인을 섬기는 주종이 전도되는 해괴망측한 일이지요.

왜 그럴까요?

마음이 그리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의 두 가지 착각이 동시에 양면으로 발생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 중의 한 착각만 없어도 발생하지 않고, 한 착각만 없어져도 없어지게 됩니다.

 

그 착각의 첫째는, 마음을 상대하는 내 자신으로서의 자각이 없는 것 입니다.(不覺)

그 착각의 둘째는, 내 앞에 등장하는 마음의 주인이 내 자신이라고 동일시 되는 착각(錯覺)입니다.

자각이 있으면(즉, 첫째의 착각이 없으면) 상대를 내 자신이라 여겨지는 둘째의 착각이 발생할 수 없고,

상대(마음으로 등장해 있는 주인공)를 내 자신이 아니라고 알면(즉, 둘째의 착각이 없으면), 마음을 상대하는 내 자신이 망각되지 않으니까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사용하는 "마음고생" 이라는 단어의 뜻도 다음 세가지로 구별해 볼 수가 있습니다.

첫째는 마음이, 제 멋(그 마음)대로 안 되거나, 못 해서 괴롭다는 뜻,

둘째는 내가(정신이), 마음을 자유자재로 다스리지 못 하여 괴롭다는 뜻,

셋째는 그 사람의 삶 자체가, 삶에 도움은 커녕 지장이 되는 마음을 다스리지 못 하는 정신(내 자신) 때문에 고난, 시련, 역경에 처해 있다는 뜻도 있습니다.

 

첫째인 마음의 괴로움은 말 뿐이지, 실제로는 마음이 괴롭지 않습니다.

마음이 괴로움을 느끼거나 아는 주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마음이 스스로 괴로움을 느낀다면, 제 (마음) 괴롭지 않겠금 변화하지 않을리 없으니까요.

 

둘째인 내(정신) 괴로움은 바로 셋째(생명체 자체)가, 마음을 잘 다스리라고 보내는 채찍과 같습니다.

왜냐하면,  마음을 파악하여 다스릴 1차적 기능이 내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자, 요약하고자 합니다.

내 스스로 "마음의 주인"이라는 말을 -지금까지의 보편적인 용례와는 다르게- "마음에 대한 주인인 내 자신" 이라는 말로 고쳐 사용하면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그 어떤 마음(그 속의 주인공)도, 내 앞에는 컴퓨터 모니터 위의 몇 글자와 같다고 알면 지금까지와는 너무나 초연한 능력자(?)와 같아집니다.

그 어떤 마음으로 인한 문제도, 내 자유자재로 마음을 다룰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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