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365

말, 말, 말......말은 말(言)도, 말(語)도 아니다.

나 아닌 내 2012. 10. 1. 10:47

사람에게는 세 가지 차원의 말이 있다.

소리로는 세 가지가 모두 같은 "말"이지만, (여기서의) 뜻 으로는 아래와 같이 전혀 다르다.

 

첫째는 두뇌에서 자동적으로 생성되어 입으로 나오는 말(言) 이다.

중얼거리는 소리로 부터, 따발총처럼 쏘아대듯 나오는 말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지만 그 공통점은 내(그 사람의 정신)가 관여하지 않는 상태에서 나온다는 것 이다.

두뇌속 나(我意識)에서 밖으로 나가는 소리이다.

 

둘째는 두뇌에서 저절로 생성되어 -입으로 나오지는 않고- 내면에서 울리기만 하는 말(語) 이다.

내가 주의를 기울이면 들어서 알 수가 있지만, 부주의한 상태에서는 내 자신이 하는 말 이나, 마치 남이 하는 말 처럼 여겨진다.

"뭐 저런 인간이 다 있어...." 하는 소리나, "그 인간 다시 만나기 싫은데...." 하는 등의 소리이다.

두뇌 속 나(我意識)에서 내(정신) 자신에게로 오는 소리이다. 

 

셋째는 내 자신이 두뇌(의식계)에다 건네는 말 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재발하지 않게 하려면 어째야 할까?", "해야 하나, 참아야 하나, 그 결과는?" "이걸 어찌하면 좋을까....?" 하는 등등의 질문형, "겁 낼 것 없어, 너는 잘 할 수 있어"(격려형), "과감하게 하자"(명령형), "하지 않겠어"(억제형) 등 이다.

두뇌 속 내(정신)가, 맞은 편(의식계)에다 보내는 말로, 이 것만이 순수한 내 말 이다

 

사람들이 주로 말 이라고 아는 것은 첫째의 말(자기 입으로 나간 말, 자기 귀를 거쳐서 들은 말) 이다.

둘째, 셋째의 말은 거의 모르거나, 무시하거나, 무용인 것 처럼 여겨지고 있다.

특히 가장 중요한 셋째의 말(내가 목적적, 주도적으로 두뇌(의시계)를 활용하는 유일한 도구?)을 거의 모르거나 첫째의 말과 같은 줄 오인하고 있다.

 

사람(특히 그 정신)은 자기가 살아 감에 필요하고 유익한 소리 도구(?)로 말을 만들어서 사용한지 오래다.

그렇지만, 그 말 이라는 것의 본질(사람을 위해, 사람이 만든,  사람이 사용하는 도구라는)을 제대로 배우지도, 가르치지도 않으니 모른다.

그렇다 보니, 말을 유익한 도구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의 삶을 해치는 흉기처럼 피해당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자기가 피해입고, 주변에 해를 끼칠뿐만 아니라 그 보복을 당하고, 사회적으로도 큰 해악이 초래되기도 한다.

소위 "작은 한 마디 말로 천냥 빚을 갚는가 하면, 엄청난 전쟁까지 일어나는" 일 이다.

 

그렇다면 사람에 있어서 무엇(어떤 기능)말을 만들었을까?

바로 내(인간의 정신) 자신이다.

내 자신이 말로, 말을 만든다.

새로운 말(言)을 만들어 넣기도 하고, 일어나 나가려는 말(言)에 허용이나 멈추기, 내면에 울리는 말(語)과 대화를 하거나 일방적 명령등 모두를 내(그 사람의 정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이다.

단지, 사람(그 정신)에 따라서 말을 다스리는 일을 더 많이 하는 사람과 덜 하거나 못 하는 사람의 차이가 있을 뿐 이다.

 

말을 다스리는 능력의 크기에 역비례하여 말의 지배를 받는 것과 같은 현상이 벌어지지만 그걸 알아차리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

첫째의 말(言:두뇌에서 저절로 나오는 소리))만 알고, 셋째의 말(진정한 내 말)을 모르면, 첫째의 말이 내 자신의 말인 것 처럼 오인된다.

그 첫째의 말이 시키는대로 (맹종)하면서, 마치 말 그 것이 내 자신이기나 한 것 처럼 착각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첫째의) 말 소리를 듣는 순수한 정신, 내 자신으로서의 깨달음(自覺)이 없으니(不覺), 그 말 소리가 내 자신이나, 내 말인 것 처럼 착각된다.

 

말과 상징, 그리고 사실은 각각이 전혀 다른 차원이지만, 이게 혼동되는 것도 정신이 지혜롭지 못 하면(어리석음) 바로잡을 수 없다.

호랑이라는 말(聲), 두뇌 속의 호랑이라는 말과 연결되어 있는 상징(識 : 호랑이 이미지), 그 상징에 해당된다고 동일시 되는 사실(실물 호랑이)의 세 가지가 다르지만, 그게 혼동되는 일이 드물지만은 않다.

 

무수한 세월을 거쳐 온 수많은 인류가 관여된 말을 지금을 살고 있는 한 인간이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 언감생심 아니고 뭔가?

그 핵심과 본질을 개략적으로라도 파악하여 사람들이 두루 알고 사용하게 되도록 뜻 있는 사람들의 노력이 절실하고 긴요하다.